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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꽃 물결, 쪽빛 물결 ‘늑도’에 일렁이다사천 늑도, 유채꽃 만발… 동화같은 풍경에 탄성 절로 나와

   
▲ 유채꽃 물결 일렁이는 늑도에서 본 붉은 빛깔 창선대교. 살짝 열어준 하늘 사이로 내리는 빛은 노랗게 물든 유채와 어우러진다.
깨끗함과 아름다움이 극치인 섬, 유채꽃이 멋들어진 늑도(勒島)로 향했다.

수제비 떠놓은 듯 크고 작은 섬들이 잔잔한 쪽빛바다를 에둘러 해안도로가 펼쳐진다. 바닷길을 따라 유유자적 드라이브 하다보면 이따금씩 작은 고깃배들의 통통거림도 정겹다. 구불구불 해안 끝에서 바다로 대교가 이어지고 대교를 지나면 아치형 철교가 나타난다. 발아래 펼쳐진 아름다운 풍광에 탄성이 절로 난다.

띄엄띄엄 보이는 빨간 지붕, 파란 지붕이 이채롭다. 잔잔한 바다 건너편 초양대교 사이로 초양도와 학섬이 손에 잡힐 듯 아련해 보인다. 노란 물감을 뿌려놓은 듯 유채꽃이 만발해 푸른 바다의 넘실대는 파도와 묘한 조화를 이룬다. 늑도대교를 빠져나와 창선대교로 이어지는 길을 중심으로 유채꽃이 만발하다.

여행지에서 보는 풍경이 사진에서 본 모습과 괴리가 있을 때가 많다. 실제로 늑도에 가보면 그다지 볼 만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많은 이들이 작은 유채꽃밭을 휘 둘러보곤 끝이다 생각한다. 눈에 보이는 것만 보고 감춰진 곳을 못 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여행의 단상을 기록하기도 싶지 않다. 여행이 주는 일탈의 기쁨을 아로새겼던 연암 박지원을 따라 갈 작가 없듯. 느낌을 표현하기 쉽지 않다. 다만 맞닿은 경치에 ‘아~ 아름답다’ 이외에 어떤 말이 생각나는가?

경상남도 사천시 동서동(東西洞)에 딸린 섬인 늑도는 원래 ‘구량도(仇良島)’로 불렸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구량도’에 대한 기록에서 늑도의  본래 지명을 가름해 볼 수 있다. 남쪽 바다 복판에 있는 작은 섬들 중의 하나가 바로 늑도다. 그리고 이 섬의 지형이 마소의 머리에 씌워 고삐에 연결한 물건인 굴레처럼 생긴데서 유래했다.

   
▲ 살갑게 웃는 아회 얼굴 하나 없는 늑도마을.
늑도는 청동기시대의 유적이 많이 발견된 보물섬으로 유명하다. 사냥이 위주인 선사시대에서 농사를 시작으로 정착문화로 탈바꿈한 청동기시대. 우리나라는 철기시대부터 문자를 활용해 청동기시대를 기록한 활자체는 없지만 그 흔적이 늑도에서 발견됐다. 청동기시대부터 초기 철기시대의 유물이 1만 3000여 점이나 발굴되었고 중국계 ‘낙랑토기’와 일본계 ‘야요이토기’, 진(秦)나라 화폐인 ‘반량전’, 한(漢)나라 ‘거울’ 등이 대량 출토됐다.

어주구리(漁走九里)! 늑도에서 예상 밖의 중국과 일본의 유물 발견에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명실상부(名實相符) 역사 속 꽃핀 국제무역항으로서의 위치를 말해주고 있는 극명한 증거다. 늑도의 주민들은 땅을 파고 노는 재미가 쏠쏠했다고 한다. 땅을 팔 때마다 보물들이 쏟아져 나왔으니 누가 안 기쁘겠는가. 유적 발굴이 끝난 지금도 땅속에서 불쑥불쑥 토기가 나온다고 한다. 말굽소리 요란하게 들렸던 고대 중심지 늑도는 지금 관광지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늑도를 가자면 반드시 통과해야 되는 멋진 교량들이 있다. 교량을 잇기 전, 배로 가야 했지만 지금은 차로 쉽게 갈수 있다. 교량은 사천시 대방동 삼천포항과 남해군 창선면 단항을 연결한 것으로 삼천포대교, 초양대교, 늑도대교, 창선대교, 단항교의 5개 교량이 묘하게 손을 잡고 있다. 각자의 매력을 뽐내고 있는 연육교들은 교량전시장이란 애칭도 있다.

삼천포대교를 지나면 초양도가 나온다. 사천의 랜드마크가 바로 유채꽃 핀 초양도에서 본 대교들이다. 아쉽게도 초양도의 유채꽃은 볼 수가 없다. 다만 늑도에 핀 노란 유채꽃으로 마음을 달래야 한다. 늑도의 유채꽃은 푸른 바다에 에둘러 있어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 노오란 유채 물결에 일렁이는 작은 섬은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동화 속 풍경이다.

   
▲ 창선대교와 어우러진 유채꽃. 노란 꽃빛이 애잔하다. 노오란 유채 물결에 일렁이는 작은 섬은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동화 속 풍경이다.

오후에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성급히 왔건만 구름이 푸른 하늘을 가리고 있다. 나른한 봄의 기운을 받아 흐린 하늘의 햇무리가 구름사이로 활개 친다. 그러다 살짝 열어준 하늘 사이로 내리는 빛은 노랗게 물든 유채와 어우러진다. 노오란 유채꽃의 구릿한 냄새는 거름내음인지 유채꽃 내음인지 구분이 안 간다. 그보다 더 강한 시큰한 비린내가 해안에 불어와 유채꽃밭을 뒤덮는다.

임진왜란 당시 가장 치열했던 사천에서 끔찍한 일들이 자행됐다. 야만적인 왜군은 죽은 조선군의 귀와 코를 베어 소금에 절여 일본 본국으로 보냈다. 사천의 아회(아이)들은 ‘이비(耳鼻)야’라는 말을 들으면 귀, 코 베어간 왜군의 혼이 나타날까 줄행랑을 친다. 늑도마을 ‘이비야’를 외칠 할미만 희끗한 시멘트 임도를 오락가락하고 살갑게 웃는 아회 얼굴 하나 없다. 다만 행락객들의 웃음소리만 메아리친다. 만개한 유채꽃의 찰나. 시간에 흐름에 따라 과거도 꽃도 잊히겠지만 이 순간 아름다움은 극에 달한다. 오늘 따라 물빛이 참 애잔하다.    

   
 
   
 

   
▲ /글·사진 <내가 본 진짜 통영> 작가 최정선.

 

 

 

 

 


◈ 늑도 가는 길

- 자동차 : 남해고속도로 사천나들목에서 삼천포대교~초양대교~늑도대교를 건너자마자 늑도마을 도착.
 
- 대중교통(버스) : 삼천포시외버스터미널→초양 정류장 하차
10번, 20번, 25번(초양 정류장에서 늑도까지 643m 도보 이동)
70번 부두 정류장 하차하여 20번 환승(초양 정류장에서 늑도까지 643m 도보 이동)

- 관광문의 : 사천 문화관광과 T. 055-831-2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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