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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보리암에서 발 뻗은 세존도석가세존이 득도한 후, 섬 뚫고 갔다는 전설 전해져

   
▲ 석가세존이 금산 득도 후, 쌍홍문에서 돌배로 섬의 중간을 뚫고 지나갔다는 전설이 있는 세존도.
세존도(世尊島)는 남해의 최남단에 외롭게 떠있는 돌들이 엉기성기 모여 섬이 된 무인도다. 한 점 신선의 섬인 남해를 일컬어 조선시대 자암 김구는 ‘일점선도(一點仙島)’라 했다. 제주, 거제, 진도, 강화에 이어 다섯 번째로 큰 섬이 남해다. 참 별일이다. 남해가 연육교로 육지가 됐다는 사실을 나만 미처 몰랐다가 늦게나마 깨닫다니.

흥건한 햇살이 금산에 쏟아질 무렵, 남쪽 바다 멀리 희미한 점, 그나마 보통 때는 보이지 않다가 하늘이 점지해 준 맑은 날 볼 수 있는 섬이 바로 세존도다. 남해의 정수 금산 쌍홍문(雙虹門)의 굴 안에서 세존도가 빠끔히 보인다.

세존도의 불교적 색채는 남해의 보리암을 빼고 말할 수 없다. 석가세존의 영이 뻗쳤는지 남해 보리암은 소위 ‘기도빨’이 잘 듣기로 유명한 곳이다. 희끗한 무명 두른 바위 위의 고즈넉한 암자에서 바라본 세존도는 아득하기만 하다.

   
▲ 세존도를 향하고 있는 보리암의 해수관음상
세존도 연결된 불교 성지인 보리암으로 가는 길은 교통체증이 절정이다. 늦봄에서 초여름으로 달리는 끈적끈적한 무더위의 짜증은 보리암 들어가는 좁은 길에서 시작했던 어렴풋한 기억이 솟구쳤다.

보리암에는 매끈한 여신 한 분이 서있다. 불교계의 바다를 지키는 여신 해수관음상. 본디 관음보살의 고향은 인도의 남쪽 바다 가운데 있는 보타낙가산(補陀落迦山)이다. 보살은 멀리 떨어진 바다가 에둘러 쳐진 산에 살면서 중생의 소원을 들어준다. 관음보살이 천수(千手)관음이면 어떻고 십일면(十一面)관음이면 어떤가. 인간사의 모든 고민을 들어주는 것이 관음보살의 임무다. 감로수병을 들고 서 있는 보리암의 해수관음상은 세존도를 향하고 있다. 석가세존의 영험한 기운이 해수관음상을 통해 불자에게 닿듯 그곳에 서 있다.

옛날 석가세존이 금산 득도를 한 후, 쌍홍문에서 돌배로 섬의 중간을 뚫고 지나갔다는 전설이 있어 세존도라 했다. 그때 돌배가 지나간 흔적이 금산의 쌍홍문과 세존도에 난 2개의 동굴이다. 세존도의 뚫려 있는 두 개의 큰 바위 구멍 때문인지 ‘문암’이라 불리기도 했고 하늘로 통하는 문이란 뜻의 ‘천양문’이라고도 했다.

옛날부터 비가 내리지 않으면 망운산에서 기우제를 지내고 그래도 비가 오지 않으면 세존도에서 제를 올렸다고 한다. 신비로운 세존도는 기우제 섬이기도 하다. 섬 꼭대기에는 스님 모양을 닮은 스님바위도 있고 동굴 천장에는 ‘미륵’이라는 글씨도 있다고 한다.

불교와 땔 수 없는 인연의 영겁이 엮인 섬임에 틀림 없다. 「남해군읍」에 세존도의 최초 기록이 있으며, 「청구도」와 「대동여지도」에는 남서방향의 상주포 앞바다에 떠있는 섬으로 묘사되어 있다.

남해군의 최남단에 발 뻗은 세존도. 이 바위섬은 사람의 터전이 아니라 바다 갈매기가 주인이다. 사시사철 시도 때도 없이 부는 날카로운 칼바람으로 풀 몇 포기만이 겨우 뿌리내리는 삶이 버거운 섬이다. 역광을 받은 섬의 실루엣은 마치 해마 두 마리가 몸을 휘감겨 엉킨 듯한 기묘한 생김새다. 삐죽삐죽 솟은 기암괴석들이 섬의 표면을 깔아버려 매끈한 구석 하나 없다.

   
▲ 남해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보리암 전경.
섬 정면 한가운데 있는 구멍과 날카롭게 들쭉날쭉 솟은 정상의 콧대가 숙연하다. 세존도의 대표 모습인 동굴 2개가 나란히 있는 북쪽 사진은 금산의 보리암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이 섬은 보는 방향, 장소에 따라 그 형상은 천의 얼굴을 가진다. 남해를 동경하는 이들이나 종교적 색채에 빠진 이들은 누구나 세존도에 한번 가보길 원한다. 거룩한 섬 주위에 이름을 불러주지 않는 작은 섬들이 햇빛에 반사되어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

세존도로 들어가는 특별한 뱃길이 없다. 낚시하는 강태공들도 물길이 무서워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곳이다. 세존도로 뱃길이 닿은 것은 운 좋게 이뤄졌다. 섬 한 바퀴를 도는 동안 해가 어슴푸레 기울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소 혀를 길게 내미는 형상이라 말하지만 내 눈에는 구슬을 든 해수관음보살의 형상으로 보인다. 옅은 구름이 잔잔하게 서녘하늘 사이로 깔린다. 세존도의 윤곽이 햇살에 더욱 선명하다. 세존도와의 오붓한 시간은 꿈속의 나비가 되어 날아갔지만 ‘호접몽’의 판타지는 그대로 남는다. 계절마다 같은 옷을 입는 세존도는 환상의 경관을 자아낸다. 때깔 고운 지존의 기운이 세존도에 퍼지는 해넘이도 경이롭다.

   
 
   
 

 

   
▲ / 글·사진 <내가 본 진짜 통영>의 최정선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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