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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조도의 청량한 지바랫길을 걷다

   
▲ 남해 조도 큰 섬에서 바라본 작은 섬.
경남의 섬을 탐방하며 기록들을 남기고 있다. 이 작업은 현재의 섬 모습을 사진과 글로 남기는 에스노그라피(Ethnography)다. 기록의 중반, 남해의 유인도인 조도(鳥島)로 달렸다. 메르스 바이러스(MERS-CoV)가 내나라를 잠식한 듯 해무가 남해를 조금씩 삼키고 있다.

조도는 미조에서 뱃길로 5분 거리에 있는 섬마을로, 새가 날아오르는 새섬의 한자어다. 이 섬은 새의 머리모양인 큰 섬과 꼬리모양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조도 가까이 호랑이를 닮은 ‘범섬’인 유인도 호도(虎島)를 비롯해 죽암도, 쌀섬 등 무인도가 이웃하고 있다.

행정상 조도, 호도를 합하여 ‘조도마을’로 분류돼 정확한 거주 인구를 세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미조 면사무소, 조도 이장님 도움으로 조도의 큰 섬에 9가구, 작은 섬에 27가구의 주민들이 삶을 영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 조도 큰 섬에서 바라다 보이는 죽암도. 재두루미가 섬 전체를 제 집 삼아 살고 있다.
딱 보기에 지리상 큰 섬에 사람이 많이 살듯한데, 작은 섬에 거주민이 더 많다. 큰 섬과 작은 섬의 좁고 얕은 바다는 메워져 2층 어촌체험센터가 으리으리하게 들어서 있다. 두 섬이 이어졌지만 주민들의 입에 익은 큰 섬, 작은 섬이란 호칭은 그대로 불리고 있다.

남해의 보석 같은 유인도는 조도, 호도 그리고 노도가 있다. 이 섬들 중 잘 가꾸어진 조도는 미조에서 하루 7차례 왕복하는 도선을 타고 들어간다. 우리는 큰 섬에서 작은 섬으로 가는 둘레길을 걸어 볼 작정으로 큰 섬에서 내렸다. 큰 섬 마을로 이어진 시멘트 깔린 임도를 걸었다.

큰 섬의 마을 끝, 몽돌과 모래가 섞인 해변이 아스라히 펼쳐졌다. 근접한 곳에 죽암도가 보였다. 죽암도를 가까이 보고자 기암괴석들을 타고 올라가는 순간, 흑두루미 두 마리가 후루룩 날아갔다. 죽암도의 소나무에 하얀 눈이 쌓이듯 새들이 내려 앉아있다.

발길을 돌려 조도 사람들이 만든 둘레길을 따라 가고자 다시 언덕배기의 미조 분교터에 왔다. 잡초가 무성한 분교터 주위로 희끗한 시멘트가 있는 곳에 주민들의 마늘이 늘려져 있었다.

지금은 건물 모두가 헐어 없어졌지만 시끌벅적했던 미남분교는 한때 학생 수가 많았던 곳이다. 조도의 둘레길은 ‘도장갯길’과 ‘큰섬고갯길’이 있다. 미조 분교터를 시발점으로 큰 섬을 우회해 작은 섬으로 가는 둘레길이다.

조도 큰섬고갯길을 걷고 자, 풀섶 사이로 보이는 흙길을 찬찬히 걸었다. 처음에는 무릎을 덮던 풀들이 점점 허리까지 차올랐다. 어린 뱀 한 마리도 본 터. 더 이상 가기가 두려웠다. 뱀도 뱀이지만 살인진드기가 있을까 두려웠다.

   
▲ 조도어촌체험센터를 관리하는 김은경 사무장. 도시에서 시집와 한 평생을 조도에 살았다는 그녀의 따뜻한 점심 밥상이 고생 끝에 받은 작은 선물 같았다.
5월부터 10월까지 작은 참소진드기를 조심해야 될 기간인지라 무리하게 들어가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힐링보다 두려움이 앞섰다. 여름이 키운 풀숲을 지나 작은 섬까지 가는 건 어려울 듯 했다. 다시 도선을 타고 작은 섬으로 들어갔다.

작은 섬에 도착해 조도호에서 내리자, 어촌체험센터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어촌체험센터를 관리하시는 김은경 사무장님께서 우리들에게 따뜻한 점심을 한상 차려주셨다. 바지락조개가 들어 있는 미역국의 조촐한 밥상이지만 왕의 밥상 부럽지 않았다. 작은 섬 물양장에서는 해양수산부 직원들이 불가사리, 성게 퇴치를 위해 자맥질 중이었다.

   
▲ 한번 걸어 본다면 스트레스가 휙 날아가 버릴 정도로 청량한 ‘지바랫길’.
이 작업은 자원봉사 차원으로 전복 씨앗을 보호하는 작업이라고 하셨다. 든든하게 밥 한술 뜬 우리는 작은 섬의 ‘지바랫길’을 쉬엄쉬엄 걸었다. 이 길은 해안선을 따라 걷을 수 있는 매력적인 둘레길로 섬 정취를 그대로 볼 수 있다.

한번 걸어 본다면 스트레스가 휙 날아가 버릴 정도로 청량한 길이다. ‘바래’라는 말은 옛 남해 어머니들이 가족의 생계를 위해 물때가 열린 바다에 나가 파래나 미역 등 해산물을 재취하는 작업을 뜻하는 남해 고유어다.

작은 섬은 큰 섬과 달리 언덕까지 집들이 들어서고 평편한 곳은 거의 개간 돼, 각양각색의 농작물이 자라고 있었다. 조그마한 땅덩어리도 귀한지라 한 뼘쯤만 돼도 채소를 심어 둔 것 같다. 억척스러운 섬 주민들의 생활력이 보이는 대목이다.

최근 남해군은 조도와 호도에 특화된 생태관광지 조성을 위한 ‘다이어트섬’으로 개발하겠다고 한다. 어촌체험센터 인근에 다이어트센터 건립, 큰 섬의 야산에 숲속명상센터 조성으로 고달픈 현대인들의 치유의 공간으로 자리 잡겠다는 뜻이지만 개발보다 섬 모습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치유의 목적을 이루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아쉬움이 남았다.

   
 

 

 

 

 

/ <내가 본 진짜 통영> 저자 최정선·류혜영 기자 공동 취재

이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 사업비를 지원받았습니다.


   
 
   
 
   
 
   
 
   
 
◈ 남해 조도 가는 길

- 대중교통(버스) : 남해공용버스터미널에서 삼동선 방향 시외버스 탑승 후 미조 정류장 하차하여 조도호여객터미널 이동(미조항 청해횟집 앞에서 30M 위치).

- 배편 : 남해 미조항에서 조도호 탑승
*조도호 운행 시간
조도호여객터미널에서 5차례 왕복 운행.(미조-큰섬-작은섬-호도)
미조항 출발: 07:30, 08:30, 11:10, 13:30, 15:30, 17:10(11월~2월), 17:40(3,4,9,10월), 18:10(5~8월)
호도항 출발: 07:40, 08:40, 12:00, 13:50, 15:40, 17:30(11월~2월), 18:00(3,4,9,10월), 18:30(5~8월)
*승선료 : 1인당 승선료는 왕복 4천원

- 관광안내 : *남해공용버스터미널:경상남도 남해군 남해읍 남해대로 2835 (T. 055-863-5056)
*조도호: 경상남도 남해군 미조면 미조로 212  (T. 010-9630-6500)
*남해 미조면사무소: T. 055-860-8212
 

한남일보  hannamilbo@hannam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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