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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달이 뜨는 산달도(山達島)
   
 

통영의 올망졸망한 리아스식 해안을 벗어나 거제의 해안선으로 들어가는 길목이 바로 견내량이다. 이 좁은 해협은 거제시 사등면 덕호리와 통영시 용남면 장평리 사이 좁은 바다다.

이곳에 1971년 대교가 놓여 뭍과 섬이 연결됐다. 지금은 새로운 대교가 가설돼, ‘구’라는 수식어가 붙어 ‘구거제대교’로 불린다. 이곳에도 어김없이 펜션, 횟집 등이 즐비하다.

여행의 기본은 잘 즐기는 것, 잘 먹는 것, 잘 자는 것이다. 하지만 섬여행은 틀리다. 섬여행은 오롯이 착한 여행, 공정 여행을 지향한다. 뭍의 것들은 모두 버리고 섬 주민들과 하나가 되는 여행이 진정한 섬 여행이다. 섬 주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섬 생활을 느껴보는 것이 최우선의 목적이라 하겠다.

만약 당신이 섬여행을 계획한다면 섬에서 생산된 농산물이나 수산물을 사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이것이 바로 여행에서 비롯된 사회적 환원의 첫걸음이 아닐까.

뭍과 떨어진 섬은 은둔지, 유배지로 낙찰 받곤 한다. 지금의 거제와 사뭇 다르게 유배지로 거제도가 유명했다. 견내량 주위에 고려 왕 의종(1127~1173)과 관련이 깊은  둔덕기성(屯德岐城)있다. 일명 폐왕성이라 불렸던 곳. 의종은 정중부(1106~1179)가 일으킨 난 때문에 섬으로 쫓겨났다. 고려 이후, 조선시대는 기묘사화(1519)로 쫓겨 온 최숙생(1457~1520), 당쟁에서 밀려 유배당한 송시열(1607~1689)이 거제도로 유배 온 대표 인물이라 하겠다.

   
 

통영에서 거제대교를 지나 구불구불 좁은 도로를 달리면 법동 선착장에 도착한다. 법동리 가는 길은 한산도가 손에 잡힐 듯 한눈에 들어온다. 거제 어구리에서도 한산도 들어가는 카페리 선착장이 있다. 예전 한산도 첫여행을 어구리항에서 시작한 기억이 문뜩 떠올랐다.

법동리의 입구인 아지랑마을을 지나 계속 달리면 법동마을과 고당마을이 나온다. 여행을 떠나면서 내비게이션 하나 준비 안 해가는 겁 없는 여행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문명의 이기(利器)를 버리고 이정표에 의존해 달렸다. 법동 마을회관 앞에 부둣가에 들려 주민에게 산달도 가는 배를 어디서 탈수 있는지 물었다. 고당마을까지 조금만 더 가라고 하신다.

고당항이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이곳에서 산달도로 들어가는 차도선이 하루 여럿차례 왕복 운행되고 있다. 산달도는 산전·산후·실리 등 3개 마을에 100여 가구가 살고 있으며 굴과 유자로 유명하다. 인근 둔덕면 방하리의 청마 유치환의 생가와 기념관 생긴 이후, 법동리에도 외지인들의 발길이 부적 늘어났다. 특히 코스모스 축제가 열리는 시기가 되면 많은 방문자들이 찾는다.

산달도는 뭍에서 고립된 전형적인 어촌마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외지인의 발길이 뜸한 섬마을로 가는 뱃길에서 본 하늘빛이 온통 푸르다. 항구를 맴도는 갈매기는 섬마을로 인도한다. 여러 차례 섬마을을 찾아 정처 없이 여행을 할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산자락에 다닥다닥 앉아 바다를 보고 있는 섬마을 풍경이 어찌 저리 비슷할꼬.

천연색색 나뭇잎 올려놓은 지붕이 바다를 내려본다. 물빛과 산빛이 어우러진 모습에 반해 산전마을 골목으로 쑥 들어갔다.

여유롭게 골목 마다 덧칠한 벽화가 조금씩 빛을 바래고 있다. 골목을 누비다보면 교회도 보이고 성당도 보인다. 열린 대문 속, 섬마을 풍경은 소박함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 거제초등학교 산달분교장을 자연체험장으로 꾸며 치즈만들기, 피자만들기, 골프 레슨, 동물체험 등을 진행한다.

거제초등학교 산달분교장 앞에 이르렀다. 2003년 폐교가 된 학교의 계단에는 붉은 하트가 피어 있다. 하트를 밟고 운동장으로 들어섰다. 지금은 산달섬의 자연체험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폐교를 대니 허 대표가 캐나다 캠프장으로 개장해 치즈만들기, 피자만들기, 골프래슨, 볼링래슨, 동물체험 등 5개의 프로그램을 영어로 운영 중이었다. 그는 방치된 학교를 거제 교육청에서 임대받아 캠프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대니 허 대표는 2013년 9월부터 12월까지 ‘아름다운 섬 만들기 산달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작업은 산전마을의 무미건조한 벽을 벽화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이 행사는 GIVU(Great I Valuable U) 청년 NGO단체도 참여했다.

마을 한 바퀴 돈 후, 보호수인 느티나무 아래로 내려왔다. 땀이 비 오듯 흘러냈다. 아름드리 고목인 느티나무가 팔 벌려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었다. 땀을 닦고 한숨을 돌리고 있는 우리 일행 앞으로 할머니 한분이 천천히 걸어 오셨다. 할머니는 마을회관이 생기기전 마을 사람들이 느티나무 그늘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눴는데, 지금은 마을회관으로 가버려 찾는 이가 없게 되었다고 하셨다.

느티나무 아래 산달도의 전설을 풀어놓은 이정표가 눈에 띈다. 천천히 이정표에 쓰인 산달도 역사를 눈으로 쫓았다. 산달도의 유래는 섬에 있는 세 개의 봉우리 사이로 계절에 따라 달이 떠 ‘삼달’이란 지명이 붙여졌다. 그리고 산달도 초입에 있는 산전마을 외에 산후, 실리 마을은 그 옛날 산을 넘어 다녔다고 한다. 실리마을은 예전에 살쾡이가 많아 ‘실개’로 부른 것이 마을지명이 됐다.

조선시대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하여 거제에 8개의 진을 설치하였는데, 산달도는 지리적 바다 방어의 요충지로 수군절도사의 수영을 설치된 곳이다. 무엇보다 거제의 7목장 하나가 산달도에 있었다고 한다. 산달도는 1769년(영조 45)에 한산면에 속하였다가 1895년(고종 32)에 서부면(현재의 거제면)에 이속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

산달도는 100세대가 조금 넘는 편인 섬치곤 적지 않은 거주민이 살고 있는 섬이다. 이 섬은 굴양식과 유자로 뭍 부럽지 않은 곳이다. 무엇보다 섬에서 선사시대 패총이 발견돼 역사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이곳에서 토기와 석기 등 신석기시대 유물 230여 점이나 나왔다. 뭍과 멀지 않은 섬은 옛 사람들이 강 주변만큼 정착터로 선호되는 곳이다. 바다의 풍부한 수산물을 얻을 수 있는 덕이 아닐까 쉽다. 현재 산달도의 경제적 기반인 굴의 짭조름한 유혹이 선사시대에도 존재한 듯.

고립무원 산달도가 뭍이 돼는 날이 근접했다. 2018년쯤 완공 계획인 거제면 법동리 지방도 1018호선과 산달도를 연결하는 연육교다. 경남 거제의 부속섬인 산달도의 주민들이 갈망해온 뭍으로 뱃길을 열지 않고 통행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 7월 31일 블루문(blue moon)이 떴다. 블루문은 색의 의미보다 한 달에 두 번 뜨는 보름달을 일컫는다. 블루문은 ‘belewe’의 어원에서 비롯된 ‘배신자의 달’이란 의미로 유추되고 있다. 연육교로 세 개의 봉우리에 뜨는 삼달이 빛을 바랄지, 블루문이 뜰지는 모두의 노력에 달려있을 듯.

산달도의 임도는 평탄한 길로 바다를 끼고 있다. 이 길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으며 도란도란 얘기 나눠도 좋다. 홀로 걷는 탐방자라면 사색에 몰입하는 것도 그만일 것이다.

 

 
▲ 장마 기간 중 찾은 산달도에 취재하러 간 날 신기하게도 운권천청(雲捲天晴) 했다. 골목에 쓰인 운권천청이란 글 앞을 쉽게 떠나지 못했다. 산달도를 찾은 이들의 마음이 이와 같지 않을까.

 

 

 

 
 

 

 


 / <내가 본 진짜 통영> 최정선 작가·류혜영 기자 공동 취재

이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 사업비를 지원받았습니다.

 

   
▲ 거제 산달도에서 거제 치즈스쿨을 운영하고 있는 대니 허 대표<사진 왼쪽>.
   
▲ 거제 산달도 거제 치즈스쿨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영어캠프를 운영한다.
   
   
   
   
 

◈ 산달도 가는 법

-대중교통(버스편)
고현버스터미널에서 71번 탑승 후 산달도선착장 정류장 하차.
(10번, 120번, 40번 탑승 후 71번 환승)

-자동차
경남 거제시 거제면 거제남서로 4285  산달도선착장(고당항)

-배편
산달도선착장(고당항)에서 산달페리 탑승
*산달페리 운행 시간
법동 선착장에서 10차례 왕복 운행.
고당항 출발: 07:00~18:00 1시간마다 운행 (13:00 점심시간)
산달도 출발: 07:20~18:20 20분마다 운행

*승선료
1인당 승선료는 왕복 3,000, 승용차 8,000

*산달도 마을버스(16:00까지 운행)

◈문의
*고현버스터미널: 1688-5003
*산달페리 선장: T. 010-4858-4371/기관장 T. 010-3881-1652
*거제면사무소: T. 055-639-6004
*산달도 이장(산전마을): T. 010-9332-8015

한남일보  hannamilbo@hannam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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