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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고 싶은 섬 ‘매물도’, 골목길 곳곳 예술품 찾는 즐거움천혜의 자연 경관 펼쳐진 골목길 누비며 예술가들의 아기자기 예술품 찾는 즐거움
   
▲ 마을 곳곳에는 아기자기한 팻말과 조형물들이 관광객을 반긴다.

만추를 넘어 겨울의 문턱에 찾은 매물도. 이 날은 비가 올 것 같이 하늘마저 꾸물꾸물해 배에 올라타기 전까지 발걸음이 무거웠다.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대매물도행 배를 타면 비진도와 소매물도에 들렸다 마지막에 매물도에 닿는다. 차도선도 아닌 작은 배로 1시간 40분 남짓 높아진 파도에 시달리다 보니 ‘멀다. 다시 올 일이 없겠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매물도 당금마을 선착장에서 내렸지만 돌아갈 때는 대항마을에서 배를 타기로 했다. 당금마을 입구에서 시작한 걸음은 금새 전망대와 한산초등학교 매물도분교에 닿는다. 2005년에 폐교 됐다는 매물도분교를 보니 섬을 갈 때마다 느낀 안타까움이 또 한 번 느껴진다. 점점 노령화되고 공동화 되어 가는 섬과 농어촌 지역. 이제 섬은 관광지 개발로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된 것인지 숙제를 하나 남긴다.

전망대 근처에 있는 학교는 마을과 반대쪽 바다 풍경을 모두 볼 수 있어 전망이 좋고 운동장은 야영장으로 개발이 가능해 보였다. 해품길에 들어설 때 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큰 소리로 울리는 파도소리와 홍도가 보이는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자니 날씨가 도와주지 않는다고 영 서운한 것도 아니었다.

   
▲ 매물도분교와 전망대가 보이는 풍경.

날이 맑을 때는 대마도가 보일 정도로 지척이다. 산은 온통 동백림을 이루고 있었으나 성미 급한 동백들만이 조금 피어 있었다.

10월 정도에 왔다면 억새로 장관을 이뤘을 듯 한데 바람이 워낙 많이 부는 지역이라 그런지 산등성 억새들은 모두 지고 억새대만 남아 애처러운 풍경을 자아냈다.

비가 오지 않았다면 시도해봤을 장군봉을 뒤로 한 채 대항마을로 향했다. 배 시간까지는 한참 남았지만 초행길이라 장군봉에 올랐다 내려오는 길과 꼬돌개까지 돌아오는 길이 어떨지 몰라 아쉬움을 뒤로한 채 대항에 들어섰다.

   
▲ 대항마을 전경.

꼬돌개는 1810년께 첫 이주민이 들어와 논밭을 일궈 정착했다고 한다. 이 곳은 물이 잘 나와 유일하게 논농사를 지을 수 있고 바람도 피할 수 있는 지형이라 초기 정착민들이 야산을 개간하여 살았다고 한다. 그러나 1825년과 1826년 흉년과 괴질로 모두 다 죽게 됐는데 한꺼번에 ‘꼬돌아졌다’(‘꼬꾸라졌다’의 지역 방언)라는 말에서 꼬돌개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마을 곳곳에는 아기자기한 팻말과 조형물들이 관광객을 반긴다. 2007년 문화체육관광부에 의해 ‘가고 싶은 섬’ 시범사업지로 선정되며 약 100억여원의 예산이 투입돼 예술가들의 작품들을 설치했다고 한다. 어촌 마을에 예술가들의 흔적들이 있어 볼거리는 있었지만 이제 낡고 부서진 조각품들을 보니 어쩐지 노인들만 남은 섬마을이 연상되어 아쉬움도 남았다.

   
▲ 마을 곳곳에는 아기자기한 팻말과 조형물들이 관광객을 반긴다.

대항마을에 들어서 꼬돌개 가는 길로 조금 올라가면 1998년 경상남도기념물 제214호로 지정된 당상목 후박나무가 있다. 사람이 둘이 안고도 부족할 만큼 큰 나무를 마주하니 세상과 단절된 듯한 고요하고 적막함이 느껴졌다.

갑자기 나타난 회색고양이는 낯선 이들이 행여 나무를 해칠까 걱정이 됐는지 바위 위에 앉아 나그네들을 지켜보고 있다가 우리가 나무 옆을 떠나니 함께 자리를 뜬다. 마을의 수호신으로 섬기던 당상목을 지키는 당상 고양이인가. 나무의 크기에도 놀라고 회색고양이의 기행에도 놀랐다.

   
▲ 추정 수령 300여년 정도 된 당상목 후박나무를 지키는 회색고양이.

비가 오고 파도도 높고 해서인지 섬을 걷는 동안 마을 사람 한 명 못 만나고 사람 모양의 조형물과 특이하게 생긴 이정표들로 길을 찾다보니 기이한 기분마저 들었는데 당상 고양이까지 만나니 꼭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기분이 들었다.

날씨가 안 좋은 탓에 완전 일주를 못한 것이 아쉬움이 남아 처음 다시는 오지 않겠다는 결심은 몇 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무너졌다. 다음번엔 햇볕 좋은 날 매물도에 머물며 이 섬을 여유로이 느끼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배에 올랐다.

   
▲ 마을 곳곳에는 아기자기한 팻말과 조형물들이 관광객을 반긴다.
   

▲ 해품길에 만난 동백이 있는 풍경.

   
▲ 매물도분교와 전망대가 보이는 풍경.

이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 사업비를 지원받았습니다.

류혜영 기자  hannamilb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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