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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만드는 '막걸리 학교' 아시나요"막걸리 유통업자 일식요리사 등 수강생 다양
'막걸리 열풍'에 힘입어 빚는 과정 열중

“아, 벌써부터 취하는데요.”
“그러게요, 막걸리 냄새 때문에 그런가.”
“어서 한 잔 하셔야죠. 맛이 어떠세요?”

막걸리 술집에서 들을 법한 대화지만,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학교의 강의실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였다. 그것도 수업 도중이었다. 이곳은 막걸리를 만들고, 마시고, 맛을 품평하며, 막걸리 냄새가 진동하는 막걸리 학교다.
막걸리 학교를 아시나요?

24일 수요일 저녁 7시가 조금 안 된 시간. 서울 종로구 명륜동 4가 프랜차이즈시스템 빌딩 3층 강의실에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막걸리 유통업자, 일식 요리사, 막걸리 바 운영자, 막걸리에 관심 있는 사람 등 다양했다. 하지만 막걸리를 배우기 위한 그들의 열정만큼은 한결같았다.


생활 속 인문학을 즐기려는 이들의 문화공동체인 인문학습원이 중심이 돼 만든 이곳은 2009년 10월 14일 문을 열었다. 전통주 전문가이자 술평론가로, 대학에서 전통주 수업을 진행하고 각종 술품평회에서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던 허시명씨가 이곳의 교장선생님이다.

그는 “막걸리 열풍으로 막걸리에 대한 소비가 자연스레 증가했지만, 그에 따르는 문화적 인식은 제자리였다”며 “이에 막걸리에 대한 문화적 인식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느꼈고, 막걸리에 대한 문화와 역사를 배우면서 막걸리를 즐길 수 있는 ‘막걸리 학교’를 생각해 냈다”고 말했다.

이날 수업에 온 이들은 4기 학생들. 3월 17일에 입학한 4기 40명은 5월 마지막까지 수업을 듣는다. 수업시간은 2시간인데, 허시명 교장선생님으로부터 한 시간 가량 강의를 듣고, 나머지 한 시간 동안은 보조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실습을 한다.

막걸리 유통판매업에 종사하고 있는 윤모씨(53)는 “막걸리를 판매하는 일을 하면서도 막걸리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서 학교를 찾아오게 되었다”며 “막걸리에 대해 배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유일무이한 학교라는 점에서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고두밥과 누룩, 밑술을 넣고 치대는 과정을 도우미 선생님들이 시범을 보이고 있다.
▲막걸리 빚기, 배경 지식부터 튼튼해야

오늘 수업의 주제는 ‘내 생의 첫 술 빚기’였다. 우선 막걸리를 어떻게 만드는가, 좋은 막걸리를 빚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허시명 교장선생님이 강의했다.

“와인의 맛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그 해 생산된 포도가 중요하듯이,  막걸리를 빚는 데에는 쌀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어떤 쌀을 쓰느냐가 중요하다 이거죠.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러한 개념이 잡혀 있지 않습니다. 다행히 오는 7월부터 막걸리 원료의 원산지 표시제를 시행한다고 하니, 이러한 문제점을 조금이나마 해결해 주겠죠.”

그는 이어 “막걸리를 빚는데 우리 쌀을 사용하는 것이 좋지만, 수입쌀이 무조건 안 좋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수입쌀에 의존할 경우, 어떤 때에는 좋은 쌀이 들어오지만 그렇지 않은 쌀이 들어올 때도 있어 재료를 지배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국산 쌀을 쓰는 것은 재료를 지배하기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술을 발효시키는 효모는 25~30°C에서 증식합니다. 따라서 막걸리를 발효시키기 위해서는 온도를 25°C 전후로 유지해 주는 것이 좋아요.”

▲내 손으로 ‘직접’ 빚는 막걸리

교장 선생님의 강의가 끝난 후, 학생들은 직접 막걸리를 빚었다. 이날 학생들은 술을 빚는데 사용하는 밥인 고두밥과 누룩, 그리고 밑술인 막걸리, 물로 막걸리를 빚었다. 실습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고두밥과 누룩은 학교측에서 마련했다. 학생들은 큰 실패 없이 막걸리를 빚을 수 있도록 밑술을 사용했다.

학생들은 사뭇 상기된 표정으로, 고두밥과 누룩 그리고 생막걸리를 1:0.2:1.5의 비율로 넣어 잘 섞이도록 주물렀다. 고두밥과 누룩, 밑술을 충분히 섞은 뒤, 깨끗이 소독한 발효용기에 담고 고두밥의 1.5배 정도의 물을 붓고 잘 섞어줬다. 그러면 막걸리를 빚는 과정은 끝. 이제 정성스레 빚은 막걸리를 발효시키는 일만 남게 된다.

학생들의 숙제는 이번 시간에 빚은 막걸리를 발효시키는 것. 다음 수업시간에는 각자 집에서 발효시킨 막걸리를 가져와 남들의 것과 비교해 볼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발효과정도 만만하지 않다.

우선 발효용기를 비닐로 밀봉한 후, 숨구멍을 몇 개 내놓는다. 항상 온도를 25°C 전후로 유지시켜주고, 찬 기운이나 뜨거운 기운이 직접 올라오지 않도록 용기 밑에 책 등을 받쳐놔야 한다.

   
효모의 특성, 효모의 포도당 분해 활동 등도 설명했다.
하루에 한 번씩 위아래로 술을 섞어주고, 술을 저어주고 난 후 용기 안쪽 면이나 주둥이에 묻은 술을 깨끗이 닦아줘야 한다. 이 상태로 7일 정도 유지해야 한다. 허시명 선생님은 “발효과정 또한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막걸리를 아기 다루듯이 다루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식요리사 나현우씨(30대)는 “평소 술을 좋아하기도 하고, 식당에서 손님들에게 서비스로 술을 대접할 때 막걸리를 내보이기 위해 막걸리 학교의 학생이 됐다”며 “이제껏 술은 양조장에서만 배우는 것인 줄 알았는데, 막걸리를 배울 수 있는 ‘학교’가 있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순히 막걸리에 대해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학교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어서 술과 인생을 함께 배우는 느낌이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임모씨(30대·여)는 잠시 한국에서 머물고 있는 기회를 이용해 막걸리 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했다. 평소에도 막걸리를 즐겨 마신다는 그녀는 “시중에서 파는 막걸리는 내 입맛에는 너무 달아 나만의 막걸리를 만들고 싶었는데, 우연히 막걸리 학교를 알게 됐다”며 “막걸리 학교에 다니려고 미국으로 돌아가려는 계획도 늦췄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요리학원에서는 막걸리 수업이 일회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는 막걸리에 대한 역사 등 막걸리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알려주는 것 같다”고 했다.

허시명 교장선생님은 “학생들의 열의가 대단하다”며 “막걸리 학교를 위해 매주 부산에서 서울로 통학하는 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막걸리 학교에 모이는 다양한 학생들. 그 속에서 막걸리에 대한 그들의 숨은 재능을 발견할 때면 허시명 선생님은 막걸리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고 한다.  
  
   
허시명 교장 선생님이 막걸리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이 날 수업 주제는 ‘내 생의 첫 술 빚기’였다.
▲"막걸리, 그 자체가 한국의 문화입니다"

허시명 선생님은 “막걸리는 알코올 도수가 높지 않은 ‘저도주’인 동시에, 유산균을 포함하고 있는 영양가 있는 건강주”라며 “특히 유럽국가에서는 ‘쌀=웰빙식’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쌀로 만든 발효주이면서 저도주인 막걸리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막걸리가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아직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막걸리의 맛을 다양화시킬 필요도 있으며, 재료의 원산지 표시와 함께 단 맛, 신 맛, 드라이한 맛 등을 구분 짓는 상표를 만들어 소비자가 다양한 막걸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막걸리 병도 페트병, 플라스틱병에서 벗어나 고급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허시명 선생님은 이어 “무엇보다도 막걸리를 쌀의 가공품으로만 인식하는 정책에서 벗어나, 하나의 문화상품으로 인식해 관광자원화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서양의 와이너리(포도주 양조장)처럼 우리도 막걸리 양조장을 관광지화해 여행객들에게 개방하는 등 막걸리를 관광상품화해야 한다”며 “우리 민족이 가장 즐겨 마셨던 막걸리는 그 자체로 한국 문화를 나타내는 문화상품이며, 우리는 이를 문화적인 코드로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선 앞으로도 막걸리 학교를 계속 운영할 계획이다. 특히 오는 4, 5월에는 막걸리 학교 학생들과 함께 하는 막걸리 축제를 열 예정이다. 그는 또 졸업생들 가운데 우수한 학생들을 모아 막걸리를 감별하는 ‘막걸리 품평가’를 전문적으로 육성하는 과정도 만들 계획이라고 전했다.  

우리 민족이 즐겼던 막걸리. 2009년 막걸리 열풍을 타고 ‘즐겼던’에서 ‘즐기는’으로 탈바꿈한 막걸리가 ‘세계인이 즐기는 막걸리’로 성장하는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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