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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친환경 강 살리기 모델 각광세계 유명강 수변 공간 활용 관심

강을 중심으로 한 치수사업의 효과는 홍수나 가뭄 같은 재해를 막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오염된 수질과 주변 환경을 개선해 삶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지역경제와 나라살림까지 풍요롭게 만든다. 우리보다 먼저 ‘강 살리기’에 나선 나라들이 이를 증명해 보인다.

무분별한 개발에 따른 자연훼손이 심각한 상황이다. 더욱이 이상기후가 심화되면서 가뭄이나 홍수 같은 자연재해도 갈수록 빈번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세계 각국에서는 강을 중심으로 치수사업을 펼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스페인 빌바오는 오염과 악취에 시달리던 네르비온 강의 수질을 개선하고 수변 자전거도로를 조성해 쾌적하고 아름다운 수상도시로 각광받고 있다. 
산업 폐수로 죽어가던 네르비온 강을 살려낸 스페인 빌바오가 대표적이다. 스페인 북부의 중소도시 빌바오는 철광석 산지와 유럽의 어느 지역으로도 진출이 용이한 항구를 갖춘 덕에 급속한 산업화를 이뤘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철강산업의 쇠퇴로 몰락의 기로에 놓였다. 당시 바르셀로나는 올림픽을 유치하고, 세비야는 만국박람회를 열어 빌바오와는 대조적인 양상을 보였다.

이에 자극을 받은 빌바오는 장기 계획을 토대로 도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해 도시개발에 성공한다. 정부는 물론 공공기업과 민간기업이 가세해 문화와 예술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이룬 덕이다. 또한 시민들에게 마음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네르비온 강의 복원이 함께 진행돼 더욱 빛을 발했다.

빌바오는 철강업으로 인한 오염과 악취에 시달리던 네르비온 강을 살리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했다. 오염된 강물을 끌어와 정화한 뒤 다시 내보내는 작업이 수년간 되풀이됐다. 이에 힘입어 네르비온 강의 수질은 유람선을 탈 만큼 깨끗해졌다.

또한 수변에 대규모 자전거도로를 조성하고, 강가는 노천카페와 레스토랑으로 꾸며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들였다. 최근에는 인근 도시로의 이동이 수월하도록 수상교통을 다변화해 유람선뿐 아니라 요트나 수상택시도 이용할 수 있다. 철강도시의 이미지를 벗고 아름다운 수상도시로 탈바꿈한 빌바오는 이제 시민들의 안식처로 각광받고 있다.

▲스페인 빌바오시, 장기적 플랜 세워 네르비온 강 살려

오스트리아 빈의 다뉴브 강은 친환경 치수사업으로 홍수에서 자유로워졌다. 빈은 지난 수세기 동안 다뉴브 강의 잦은 홍수 때문에 막대한 재해를 입었다. 프란츠 요제프 황제는 홍수 조절을 위해 1869~1875년 다뉴브 강의 저수로 폭을 2백80미터, 홍수터 폭을 4백5미터로 만들었으나 1897년과 1899년에 발생한 홍수로 치수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이후 정치적 불안정, 경제불황, 전쟁 등으로 치수사업에 대한 관심이 줄었으나 홍수 대비를 위한 다양한 대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한 끝에 1970년 길이 21킬로미터, 폭 2백 미터의 ‘신(新) 다뉴브’ 방수로를 건설하기로 결정한다. 1972년 착공해 1992년에 완공된 이 방수로는 홍수 저류공간의 확보, 여가활동 기회의 증진, 다뉴브 강 주변의 지하수 저장 및 교통망 연결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방수로에는 상류 유입시설과 하류 수위조절보가 설치돼 있어 비홍수기 다뉴브 강은 호수처럼 보인다. 이 같은 친환경 치수사업으로 다뉴브 강과 신 다뉴브 방수로 사이에 다뉴브 섬이 생겼다. 다뉴브 섬의 폭은 70~2백10미터, 넓이는 3백90헥타르에 달한다. 다뉴브 섬은 조류 서식처, 소형 보트 마리나, 자전거길,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어 도시의 휴식공간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1980년대 이후에는 방수로의 치수 기능을 다양화하기 위한 ‘다뉴브 섬 프로젝트’가 추진됐다. 이 프로젝트는 지표수와 지하수가 지속적으로 순환하고, 수중생물과 육상 생태계가 연결되도록 도왔다. 또한 자연친화적인 여가활동도 증진시켰다.
 

 

   
일본 오사카 도심의 지류인 요도가와는 준설을 통한 통수단면적 증대로 ‘치수’에 성공했다
일본 오사카 도심의 지류인 요도가와(淀川)는 준설을 통한 통수단면적(흐르는 물을 직각 방향으로 자른 횡단면적)을 늘려 치수에 성공한 경우다. 요도가와 지류는 일본 최대의 담수호인 비와호의 배수로에서 발원해 교토 분지와 오사카 평야를 지나 오사카만으로 흐르는 연장 75킬로미터의 강이다. 도쿠가와 시대부터 수백 년 동안 물자 수송로이자 오사카와 교토를 잇는 교통의 대동맥 구실을 했다.

 

▲‘Room for the River’ 네덜란드, 홍수 대처할 새 공간 조성

그러나 근대에 이르러 철도 개통으로 수운이 쇠퇴하고, 수력발전과 관개를 목적으로 댐이 만들어지면서 단순한 정비와 관리에만 중점을 둔 탓에 수질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1970년대에 이르러서는 사람이 접근할 수 없을 정도로 악취가 심한 골칫거리 강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에 오사카시는 1971년 버려진 강을 살리고자 친환경 하천복원 사업을 벌였다.

이 사업은 늘어난 홍수량을 소통시키기 위해 최대 4미터가량을 준설하고, 저수로 폭을 1백20미터에서 3백 미터로 늘려 홍수위를 낮추는 성과를 올렸다. 그 덕에 수질도 개선되고 물의 흐름도 원활해진 요도가와는 현재 ‘도심의 오아시스’라고 불릴 만큼 생명력이 넘치는 아름다운 강으로 거듭났다.

네덜란드도 홍수 조절을 목적으로 ‘Room for the River’라는 치수정책을 펴고 있다. 하천 삼각주 저지대에 형성된 네덜란드는 전 국토의 약 80퍼센트가 홍수로 인한 침수 위험을 안고 있다.

특히 라인 강 삼각주에는 매년 홍수가 발생한다. 1953년 발생한 홍수는 1천8백명의 인명 피해를 냈고, 1993년과 1995년의 홍수는 라인 강변과 인근 지역을 황폐화시켰을 뿐 아니라 지역 주민 20만여 명의 삶터를 삼켜버렸다.

이처럼 홍수가 빈번히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는 기후변화에 따른 상류지역의 융설(Melting Snow)과 강우량 증가다. 매년 홍수를 따라 이송되는 많은 토사는 홍수터에 쌓여 수해를 가중시키는 원인이 됐다.

‘Room for the River’는 제방을 계속 높이고 보강하는 종래의 방법에서 벗어나 홍수를 수용할 새로운 공간을 조성하기 위한 가능성을 찾는 정책이다. 정부는 2000년 이 정책을 홍수 대비책으로 내놓은 데 이어 2006년 이를 수행하기 위한 공간계획중요결정(SPKD·Spatial Planning Key Decision)을 확정했다. SPKD는 홍수 방어, 조경에 관한 기본계획과 함께 전반적인 환경 개선을 목표로 한 통합적인 공간계획을 제시한다. 여기에 포함된 40개의 세부 사업은 2015년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하천 주변의 저지대 주민을 높은 지대로 이주시키는 한편 경작 가능한 토지를 산림, 습지, 초지로 바꾸고 있다. 또한 홍수터에 나무가 자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자 퇴적토를 제거하고 깊은 도랑을 만들도록 했다. 이 사업은 라인 강을 비롯한 4개의 강에서 시행된다.

스위스에서 발원한 이들 강은 독일, 프랑스를 거쳐 네덜란드에 이르고 대서양으로 흘러나간다. 2015년에 사업이 종결되면 라인 강 지류는 초당 1만6천 세제곱미터의 홍수량에도 안전하게 대처할 수 있으며, 하천 주변 환경도 질적으로 개선될 전망. 기후변화에 따른 수해에 대응할 여분의 공간도 확보된다. 그동안 숱한 수해를 겪어온 네덜란드인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일이다.

영국의 젖줄이자 관광명소인 런던의 템스 강, 중국 상하이 푸둥지구의 황푸 강, 미국 텍사스주의 샌안토니오 강은 수변(Waterfront)공간을 잘 활용한 예다.

▲중국·미국·영국 등 적극적 투자로 수변공간 창출

템스 강은 한강에 비하면 매우 작은 강이지만 영국인들에겐 단순한 강이 아니라 삶의 터전이다. 영국인들은 템스 강변에서 강과 더불어 생활하고 배를 만들어 해상무역으로 국부(國富)를 증강시켜왔다. 템스 강이 런던 시내를 가로지르다 보니 중요한 건물과 왕궁도 강가에 세워졌다. 버킹엄 궁전, 햄프턴코트 궁전, 웨스트민스터 사원 등이 모두 템스 강가에 자리하고 있다.

   
수변공간을 개발해 도시 가치를 극대화한 미국 샌안토니오 강의 리버워크.
강을 건너기 위한 다리도 1209년에 세워진 런던브리지와 교각이 열리는 타워브리지를 포함해 24개에 달한다. 강변을 따라 잘 정비된 산책로는 시민들의 운동코스나 쉼터로 애용된다. 최근에는 템스 강 하류의 낙후지역인 커네리워프와 템스게이트웨이를 수변공간을 활용한 도시재생기법으로 개발해 비즈니스와 주거를 겸한 신도시로 조성했다. 친수공간에서 물과 함께 생활하며 강과의 조화를 꾀하려는 영국인들의 의지가 빚어낸 성과다.

중국은 상하이를 24시간 살아 있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 황푸 강의 동쪽 수변을 상업, 주거, 위락이 가능한 복합지역으로 개발하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해외 투자 유치로 현재까지 세계 5백대 기업 중 1백8개 기업이 입주했다.

 

미국은 샌안토니오 강의 수변공간을 따라 상업·문화시설을 배치하고 시민을 위한 보행 네트워크인 ‘리버워크’를 만들었다. 수심 2.4미터, 길이 5.8킬로미터의 수변공간을 개발해 도시 가치를 극대화한 리버워크는 ‘미국의 베니스’로 불리며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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