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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양 누비는 선박 해양설비 못 만드는 것이 없다"초창기 부터 조경 자연속 리조트 방불

/세계 선도하는 한국 조선업 현주소 느껴

[르포-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부산 김해공항에서 10여 분 동안 헬기를 타고 달리니, 푸른 바다 위에 떠 있는 수십 척의 선박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가운데 ㄷ자를 시계 방향으로 돌려 세워 놓은 모양의 대우조선해양의 거제 옥포조선소였다.

   
하늘 위에서 바라보니 실제로는 헬리콥터 크기를 능가하는 엄청난 규모의 초대형 유조선, LNG운반선, FPSO, 리그선들의 모습이 마치 미니어처 장난감마냥 보였다. 그러나 실제로 마주한 선박의 모습은 저 옛날 임진왜란 당시 옥포 앞바다에서의 첫 전투를 승리로 일군 이순신 장군의 모습만큼이나 위풍당당했다.

헬기를 타고 내리니, 건립 초창기부터 일궈왔다는 조경이 눈에 들어왔다. 배를 짓는 조선사가 아니라 흡사 아름다운 자연 속 리조트를 찾은 느낌이었다. 계약을 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외국의 선주들이 아주 흡족해 한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못 만드는 선박·해양설비 없다

옥포조선소는 400만 제곱미터(130만평)의 규모에 세계 최대 수준의 100만 톤급 독(dock)과 900톤 골리앗 크레인 등의 설비를 갖추고 있다. 보유한 독은 드라이독 2개, 육상독 1개, 플로팅독 4개 등이다. 도크 개수로만 본다면 세계 최대 규모는 아니다.

"규모는 다른 조선소에 조금 뒤질지 몰라도 기술력은 우리가 세계 최고다. 지금 옥포조선소에서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LNG-RV선, FPSO, 드릴십을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선박을 볼 수 있다.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방증이다". 본격적으로 야드를 둘러보기에 앞서 옥포조선소 관계자가 호언장담했다.

먼저 대우조선의 매출 60%를 차지하는 상선을 건조하는 드라이 독을 둘러봤다. 특히 그 폭이 131m로, 기네스에 등재될 정도의 세계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1도크에서 초대형 유조선과 LNG운반선 등 총 4척이 동시에 건조되고 있었다.

이른바 3000t 이상의 초대형 슈퍼블록을 운반 '링 타입 탑재공법'과 서로 다른 종류의 선박을 10일 단위로 건조하는 프로덕트 믹스(product mix) 시스템이다.

차를 타고 이동한 C·D 구역에서는 드릴십(drillship)이, E구역에서는 계약규모 2조 원에 달하는 거대한 FPSO(부유식생산저장하역설비)가 위용을 드러냈다.

"FPSO는 원유를 생산하고, 저장하고, 하역하는 등 그야말로 멀티플레이어 선박이다. 현재 2000명이 넘는 기술자들이 선박 안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웬만한 중소기업 채용규모를 뛰어넘는 기술자들이 선박 하나를 건조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 스케일에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육상도크의 끝자락인 G도크에 도착하자 각각 노르웨이와 브라질에서 발주했다는 반잠수식 리그선(semi-rig) 2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심해 속 대지를 뚫는다…원유시추설비 '리그선'위에 오르다

리그선은 50m 길이의 하부 구조물 중 절반이 물속에 잠겨 고정된 채로 최소 2~3년간에 걸쳐 원유를 시추하는 설비다. 대우조선해양에서 가장 많이 수주한 해양설비 중의 하나로 익히 알려진 드릴십보다 더 깊은 심해에서 작업한다.

스칸디나비아 반도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노란색으로 곱게 단장한 채 오는 6월 인도를 기다리고 있는, 99% 완성 단계에 있는 리그선에 올랐다. 총 50m에 달하는 높이를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니 밑에서 보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아래에 있을 땐 느끼지 못했던 얼굴과 머리카락을 때리는 바닷바람, 코를 찌르는 기름과 페인트 냄새, 그리고 귀를 먹먹하게 만드는 육중한 엔진소리가 사람을 압도했다. 리그선에 올라와서야 이곳이 비로소 배를 만드는 조선소라는 게 실감났다.

테스팅 작업이 한창인 때문인지, 파란색과 빨간색 유니폼을 입은 외국인들이 눈에 띄었다. 발주사에서 온 검사관들이었다. 컨트롤타워에서 테스트 중이던 이들이 시운전 결과가 만족스러운지 연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리그선의 하이라이트는 중앙 부분에 위치한 원 모양의 문풀(moon pool). 심해 대지를 뚫고 들어갈 시추설비가 오르고 내리는 곳이다. 헬리콥터 2~3대를 충분히 넣고도 남을 정도의 크기였다.

"이 리그선은 바다 아래 땅 속을 3000m 가까이 뚫을 수 있다. 여기 쌓여 있는 시추봉들이 서로 연결돼 바다 아래 땅 속을 뚫으며 내려간다". 문풀 옆에 쌓여 있는 전봇대 굵기의 시추봉들을 가리키며 이어진 설명이다. 

조심스럽게 아래를 내려다보니 깊이가 아찔했다. 2개월 후에 지금 서 있는 곳 아래로 검푸른 북해의 파도가 넘실댈 것을 생각하니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온갖 종류의 선박을 실제로 볼 수 있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초대형 규모의 상선에서 최첨단 해양플랜트 설비들에 이르기까지 세계를 선도하는 한국 조선업의 현 주소를 볼 수 있었다.

'수주난', '수주가뭄'이라고 했지만 실제 생산현장에서는 그런 우울한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다른 나라 조선소에서 따라오지 못하는 초대형 규모, 최첨단 선박 및 해양 설비를 건조·제작한다는 자부심만이 옥포만에서 넘실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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