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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둥이 가족들이 부르는 행복찬가

많은 부모가 아이가 많을수록 육아 부담도 커지겠거니 한다. 그러나 정작 아이들을 많이 낳아 기르는 다둥이 가족들을 만나보니 하나같이 ‘그 반대’라고 입을 모은다. 적게는 넷, 많게는 열셋이나 되는 자녀를 키우면서도 “아이들이 많아 오히려 엄마 손이 덜 간다”고 이구동성. 다둥이 가족들의 행복한 일상을 들여다봤다.

이상현.지은순 씨 부부와 4남매.

   
“우리 집은 그렇게 아이가 많은 것도 아닌데….”

딸 셋에 아들 하나인 이상현(40)·지은순(37) 씨 가족의 보금자리가 있는 서울 강북구 우이동을 찾았을 때 부인 지 씨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하기야 1980년대까지만 해도 4남매를 둔 가정은 흔했다. 지 씨도 6남매의 막내로 자랐다. 그래서인지 신혼 때만 해도 아이를 하나만 낳을 생각이었던 지 씨는 첫째 딸 지윤(11)이가 태어나자 마음이 바뀌었다.

“아들을 낳으려고 아이 넷까지 낳은 건 아니에요. 하나는 왠지 외로울 것 같았어요. 어릴 적에 언니 오빠들과 나란히 누워 스무고개를 하곤 했는데, 혼자서는 그런 추억거리를 만들 수 없잖아요.”

그렇게 해서 얻은 아이가 아윤(9)과 예진(6), 승민(4)이다. 큰딸 지윤이는 책 읽기를 좋아하는 독서광에 공부도 잘하는 우등생. 첫째로 태어난 덕에 피아노와 컴퓨터를 배우는 혜택도 누렸다. 다른 세 아이에게 같은 기회를 주지 못해 내심 미안했던 지 씨. 그의 무겁던 마음의 짐을 덜어준 것은 큰딸이었다.

“지윤이가 동생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치더라고요. 학원에서 배운 기술을 전수하면서 동생들도 자판을 익히게 되고…. 동생들 가르치면서 복습하는 셈이라 자기 실력도 좋아졌죠.”

그뿐이 아니다. 책 읽는 지윤이의 모습에 자극을 받았는지 동생들도 책을 즐겨 읽는단다. 아이들이 방 안에 둘러앉아 ‘도서관 놀이’를 하며 노는 모습을 볼 때면 지 씨도 언니 오빠와 놀던 어릴 적 추억에 젖어든다.
“우리 어릴 적에는 다산(多産) 가족이 많았는데도 육아가 힘들다고 하는 엄마는 없었잖아요. 그건 자식에게 헌신하는 마음이 지금보다 컸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아이들이 많으면 오히려 엄마 손이 덜 가기 때문일 거예요. 저 역시 아이가 하나일 때보다 지금이 훨씬 수월하거든요.”

아이들은 간식만 잘 챙겨주면 저희끼리 잘 놀고 숙제도 자율적으로 한다. 공부나 숙제를 할 때도 엄마가 아니라 큰언니를 찾는다. 동생들은 “언니가 가르쳐주는 게 훨씬 쉽고 이해도 잘된다”며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지윤이에게 달려간다. 또래 아이들보다 의젓하고 책임감이 강한 지윤이는 그런 동생들의 궁금증을 외면한 적이 없다. 올망졸망한 아이들이 서로 보듬고 양보하면서 화목하게 지내는 광경을 볼 때마다 흐뭇하다는 엄마와 아빠. 순간 ‘하나 더?’ 하는 욕심이 생길 때도 있다.

방송설비 엔지니어인 아버지 이 씨는 “넷으로 끝내겠다는 생각도, 더 낳을 계획도 아직은 없다. 하지만 또 생기면 낳을 것 같다”며 허허 웃었다.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칼퇴근’하는 가정적인 남편 이 씨는 청소와 설거지를 곧잘 도와준다. 주말이면 아이들을 위한 간식도 직접 만든다. 그때마다 아내 지 씨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외친다.

“결혼하길 참 잘했어!”

/남상돈·이영미 씨 부부는 "아이가 많으면 교육적으로도 좋고 육아 부담도 덜하다"고 강조했다.

   
1970~80년대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구호는 어느새 ‘둘도 많다, 하나만 낳자’로 바뀌었다. 하지만 출산율이 갈수록 떨어지다 보니 지금은 아이를 많이 낳아 키우는 다산 가족이 ‘애국자’인 시대가 됐다. 지난해 12월 29일에 태어난 막내까지 모두 열세 명의 자녀를 둔 남상돈(47)·이영미(45) 씨 부부는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표창감’이다.

이들 부부는 1987년 결혼 후 경한(22), 보라(21), 지나(18), 진한(15), 석우(14), 휘호(13), 세빈(12), 다윗(11), 세미(9), 소라(8), 경우(6), 덕우(3), 영일(생후 2개월) 등 8남5녀를 낳았다. 2006년 KBS 시트콤 <웃는 얼굴로 돌아보라>로 연예계에 데뷔한 탤런트 남보라가 바로 이 집 큰딸이다. ‘국내 최다 다둥이 가족’으로 여러 차례 매스컴을 타다 보니 어머니 이 씨가 다산으로 인해 ‘할머니’가 다 됐을 거라고 넘겨짚는 이들도 있다. 이에 대해 이 씨는 할 말이 많은 듯했다.

“아이를 많이 낳으면 몸매가 망가지고 빨리 늙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순전히 오해예요. 아이를 열셋이나 낳았어도 이렇게 젊고 건강하잖아요. 그래서 저를 보고 놀라는 분들이 많은데, 누구나 자기관리를 열심히 하면 젊음과 늘씬한 몸매를 얼마든지 유지할 수 있어요.”

이 씨는 남편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식당을 운영한다. 5년간 하던 식당을 동대문구 제기동에서 이곳으로 옮긴 건 2008년 10월. 맛깔난 음식 솜씨와 오랜 노하우 덕에 식당은 예나 지금이나 문전성시다.

이 씨는 “맏이가 대여섯 살일 때부터 일을 했다”며 “일을 가지고 있는 것이 자기관리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집에서 살림하는 전업주부들도 육아 부담이 적지 않은데 일을 하며 13명의 자녀를 둔 이 씨는 오죽하랴. 그런데 그의 대답이 의외다.

“아이가 많아서 오히려 더 편해요. 큰 아이들이 동생들을 돌보며 엄마 아빠의 빈자리를 대신해주거든요. 우리 아이들은 엄마 아빠에게만 매달리지 않아요. ‘군기반장’인 큰오빠를 중심으로 자기가 할 일은 다들 알아서 척척 하죠.”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말처럼 집안은 늘 아이들로 시끌벅적하다. 하지만 이들 부부가 그 속에서 느끼는 행복감은 무엇에도 비할 수 없다.
<사진>

“거의 연년생으로 아이를 낳으며 생업을 병행하다 보니 힘든 적도 있지만, 그보다는 아이들을 키우는 재미와 기쁨이 몇 곱절은 더 커요.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만 봐도 흐뭇하고 이만한 노후대책이 따로 없지 않나 싶어요. 아이가 많으면 교육적으로 좋고 육아 부담도 더 줄어든다는 사실, 많은 엄마들이 깨우쳤으면 좋겠어요.” 

/조병상·임춘자 씨 부부는 아이들이 주변의 어려움을 살피는 넉넉한 마음을 키우기를 바란다. 

   
인천시 서구 심곡동에 사는 조병상(42)·임춘자(37) 씨 부부는 3남4녀를 뒀다. 주현(12), 혜령(10), 소희(9), 재현(7), 용혁(5), 민호(3), 은성(생후 5개월)이 그들. 이 중에서 네 아이가 같은 초등학교에 다니고, 다섯째 용혁이는 정부가 다자녀 가정에 지원하는 유아교육비를 받으며 유치원에 다닌다.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오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생들을 모아놓고 수건돌리기를 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논다. 누나와 형들이 학교 간 사이에 막내를 돌보는 엄마를 거들며 이 시간을 기다렸던 여섯째 민호의 얼굴엔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조경업을 하는 아버지 조 씨는 “우리 부부가 워낙 아이들을 좋아해 결혼 전부터 아이는 되는대로 낳자고 마음먹었다”며 “아이들이 어울려 노는 모습만 봐도 배가 부르다”고 했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어머니 임 씨가 거들었다.

“일곱 남매를 키우려면 벅차지 않으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은데, 오히려 외동아이를 기르는 것보다 훨씬 쉬워요. 아이가 하나면 엄마가 옆에 붙어 앉아 형제도 친구도 돼줘야 하잖아요. 하지만 우리 집은 밥만 주면 나머지는 저희끼리 알아서 한답니다.”

언뜻 소란스러워 보이지만 아이들의 놀이문화에는 나름의 질서가 있다. 식사를 마치면 여자아이들은 소꿉놀이, 남자아이들은 딱지치기 팀을 꾸린다. 또 어려운 숙제가 나오면 맏언니가 도와주고, 부부가 집을 비우면 저마다 가사를 분담해 설거지에 청소까지 말끔히 끝낸다. 가족이 전부 바깥나들이를 할 때도 첫째부터 셋째까지 동생들을 하나씩 맡아 챙기기 때문에 부모가 일일이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어릴 적부터 더불어 사는 법을 삶 속에서 체득한 아이들은 협동심과 양보심도 남다르다. 이 집 세 딸은 학교에서도 성격 좋고 예의 바르기로 소문났다. 조 씨 부부는 “학교에서 우리 애들을 모르면 간첩이다”, “우리 집에서는 세 살배기 막내도 혼자 옷 입고 밥 먹는다”고 한마디씩 하며 대견한 듯 아이들을 바라봤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교육비 부담이 걱정스러울 법도 한데, 부부가 똑같이 “아이들이 크는 것을 보며 느끼는 뿌듯함에 비하면 큰 고민거리가 못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작은 아이들이 큰 아이들 어깨너머로 보고 배우며 자라선지 학습 속도도 다들 빠른 편이에요. 공부도 공부지만 무엇보다 형제자매야말로 아이들에게 가장 큰 자산이 될 거라고 믿어요.”

이들 부부는 지난해 말 구청에서 막내 출산 축하금 100만원을 받았다. 그 돈을 어디에 썼냐고 물었더니 “아이들이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좋은 일에 썼다”고만 했다.

“저희는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아요. 그저 더불어 사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인 만큼 아이들이 주변 사람들의 어려움을 살피는 넉넉한 마음을 가졌으면 해요.”

조 씨는 종종 아이들을 데리고 들로 산으로 현장 학습을 간다.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보고 느끼며 얻게 되는 건강한 몸과 마음이야말로 인생을 행복하게 만드는 원천”이라 믿기 때문이다.

/해남군민을 위한 지역행사에 참가한 강동석·전영선 씨 가족. 

   
“하나둘 낳아 재롱을 지켜봤더니 벌써 열한 번째가 됐네요.”

10남매를 둔 덕분에 다둥이네로 유명한 전남 해남군 송지면 강동석(49·어업)·전영선(41) 씨 부부의 열한 번째 아이가 태어날 예정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미(19), 아람(17), 아연(15), 성관(14), 아영(12), 아령(8), 성환(7), 예지(5), 예진(4), 예령(3) 등 2남8녀를 둔 이들 부부의 ‘진짜 막둥이’다. 주위에서는 “딸보다 아들이면 좋겠다”고들 하지만 이들 부부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저 막둥이가 건강하게 세상에 태어나길 바랄 뿐이다. 이제 막 엄마 얼굴을 알아보고 보채는 막내딸 예령이 보살피랴, 새벽에 일어나 남편과 함께 김 양식장에서 김발 관리하랴, 전 씨는 만삭의 몸에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곧 얼굴을 보게 될 아기 생각에 가슴이 설렌다.

“딸 셋을 내리 낳고 나니 독자로 자란 남편에게 미안하더라고요. 그래서 하나둘 더 낳다 보니 어느덧 열한 번째가 됐죠.”

그럼 열두 번째 아이도 낳을 생각이 있는 걸까? 만삭인 전 씨는 “이제는 그만 낳아야죠”라며 수줍은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들어선 생명을 소중히 키워내는 건 부모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할 때는 단호한 표정이었다.

넉넉지 않은 살림에 10남매나 되다 보니 양육비와 교육비 등 걱정이 끊이지 않는 게 사실. 하지만 새 생명을 기다리는 마음은 20년 전 첫애를 낳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아이가 백호의 기운을 받아 건강하게 태어났으면 좋겠다”는 게 이들 부부의 작은 소망이다.

“10남매를 키우느라 허리 펼 짬이 없지만, 아이들이 말썽 부리지 않고 잘 자라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특히 새벽부터 일어나 바다에서 온종일 생활하는 우리 부부에게 큰딸 아미와 둘째 아람이는 없어서는 안 될 집안의 기둥이에요.”

전 씨는 큰 아이들이 집안일을 나눠 돕는 건 물론이고, 동생들과도 싸우지 않고 우애 있게 지내는 덕에 해가 갈수록 가족 간의 사랑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고 자랑했다. 특히 사교육 한번 받지 않고도 학교에서 늘 1등만 하던 큰딸 아미는 올해 경기도 수원에 있는 모 대학 간호학과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하는 기쁨까지 안겨줬다. 전 씨는 “취업이 잘되는 간호학과를 선택해 부모를 돕고 싶다는 큰딸의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최근 이들 부부에게 한 가지 고민거리가 있었다. 전 씨가 몸이 무거워 그 자랑스런 큰딸의 대학 입학식에 갈 수 없었던 것. 두 사람은 집을 떠나는 딸에게 남들처럼 큰 도시에 나가 옷도 사주고, 멋진 곳에 가서 맛있는 것도 사주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던 게 마음에 걸린다. 하지만 어둡던 전 씨 얼굴이 이내 환해진다.

“사랑하는 아이들이 있기에 우리 가족에겐 꿈과 희망이 있어요. 가족 덕분에 언제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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