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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사구팽(兎死狗烹)

중국 춘추전국시대 때의 일이다. 오나라의 왕인 합려(闔閭)가 이웃 월나라의 왕인 구천(勾踐)과 전쟁을 벌이다 죽었다. 이에 죽은 합려의 아들인 부차(夫差)는 가시덤불 위에 잠을 자며 복수의 칼을 갈았다. 이 사실을 안 구천이 먼저 부차를 공격하였으나, 도리어 생포되어 노예가 되어 부차를 섬기다가 석방되어 월나라로 돌아오게 된다.

이후 구천은 쓸개 맛을 보면서 무려 10여 년 동안 복수의 칼을 갈게 되고, 이후 월나라의 명재상인 범려(范?)의 도움에 힘입어 마침내 오나라를 멸하고 부차의 목을 치게 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유래다. 그런데 오나라를 멸하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운 범려는 구천에게서 받은 모든 부귀영화(富貴榮華)를 내려놓고 어느 날 홀연히 제(劑)나라로 떠나버린다.

그리고는 월나라에 남아 있던 각별한 사이인 문종(文種)에게 “하늘에 새가 다하면 좋은 활도 창고에 넣어 두게 되고, 토끼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는 삶겨 죽으며, 적국이 망하면 모사가 죽는 법이오. 게다가 월왕 구천의 상은 목이 길고 입은 새 부리처럼 생겼는데 이런 인물은 어려움은 함께할 수 있으나 즐거움은 함께 누릴 수 없소. 그대는 어째서 떠나지 않는 것이오?”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다. 이를 본 문종은 자신이 위기에 처한 것을 깨닫고 관직에서 물러나지만 결국 역모의 누명을 쓰고 죽게 된다. 여기서 유래된 고사성어가 바로 ‘교토구팽(狡兎狗烹)’ 혹은 ‘토사구팽(兎死狗烹)’이다.

지난 4월 9일 일요일 밤 11시 57분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경남도의회 의장에게 경남도지사직 사임을 통지했다. 그러나 경남선거관리위원회에는 다음 날인 4월 10일 월요일 오전 8시에 사임을 통지했다. 결국 그간 우려대로 경남도지사 보궐선거가 무산된 것이다. 한 마디로 경남도민 전체가 홍 후보에게 토사구팽 당한 셈이다.

홍 후보는 2012년에 치러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패배했었다. 그의 선거 패배를 두고 당시 여의도 정치권은 사실상 그의 정치생명이 끝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였다. 그런데 한 동안 야인생활을 하던 홍 후보가 다시 정치적으로 부활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게 된다. 그 기회는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경남도지사 보궐선거였다.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참여하기 위해서 김두관 당시 경남도지사가 사퇴하는 바람에 공석이 된 경남도지사 보궐선거에서 홍 후보는 거의 2배에 달하는 득표율로 무소속의 권영길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었다. 그리고 이후 2014년 6월에 치러진 경남도지사 선거에서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김경수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어 명실상부한 여권의 차세대 주자로 주목 받게 되기 시작했고, 결국 제19대 대선에 나설 자유한국당 후보가 되었다.

이처럼 경남과 경남도민은 2012년 총선패배로 인해 정치적으로 그 생명이 다해가던 홍 후보에게 기사회생은 물론 한 정당의 대선후보가 될 수 있을 정도의 든든한 정치적 자산이 되어 주었다. 그러나 홍 후보는 정작 자신의 대선 출마로 공석이 된 경남도지사 보궐선거를 꼼수로 무산시키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 대가로 경남도민의 참정권과 피선거권은 무참히 무시되고 짓밟혀버렸고, 도정 공백이라는 짐까지 떠안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범보수 대선 후보가 되기를 열망했던 홍 후보에게 경남은 단지 대선후보 사냥을 위해 필요했던 일개 사냥개에 지나지 않았던 셈이고, 이제 그 대선후보라는 타이틀 사냥에 성공한 지금 더는 사냥개가 필요하지 않는 상황, 간단히 말해 경남도민이 홍 후보에게 토사구팽당한 것이다.   

경남도민의 참정권과 피선거권을 무참히 짓밟아버린 이번 행태는 대한민국 헌법의 수호자이자 민의의 대변인을 뽑는 제19대 대통령 선거에 나설 후보로써의 결격사유에 해당하고도 남음이 있다해도 홍 후보는 할 말 없을 것이다. 지난 4월 10일 치러진 홍 후보의 퇴임식에 날아든 분노와 야유 그리고 한 줌의 소금이 그에 대한 반증이다.
 홍 후보는 즉시 대선 후보를 사퇴하는 것이 이치에 합당하다. 그리고 진심으로 충고하노니, 대선 후보를 즉각 사퇴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로스쿨로 입학하여, 법의 기초부터 다시 배워 이번에 짓밟힌 경남도민의 참정권과 피선거권이 무엇인지 다시금 흉중에 되새기길 간곡히 권하는 바이다.       

한남일보  hannamilbo@hannam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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