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사설
세한송백(歲寒松柏)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야(歲寒然後 知松柏之後彫也)’
 논어(論語)에 자한(子罕)편에 전하는 공자(孔子)의 말이다. 추운겨울(歲寒)이 지나야 비로소 소나무(松)와 잣나무(栢)가 늦게 시든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뜻이다. 즉, 녹음이 우거진 여름에는 다른 나무에 가려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름을 알 수 없지만 온 산의 활엽수들이 모든 잎을 낙엽으로 떨군 추운 겨울이 돼서야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름을 깨달을 수 있다는 의미라 할 수 있겠다.

여기서 유래된 고사성어가 바로‘세한송백(歲寒松柏)’으로, 군자(君子) 혹은 올곧은 선비의 진면목은 어려운 시기가 되었을 때 드러난다는 의미로 통용된다. 한마디로 위정자란 탐욕과 권세를 멀리하고 어떤 역경 속에서도 절개와 올곧은 소신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공자가 소신 없이 자기 유리한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는 소인배 무리들에게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름에 비유해 꾸짖고 있는 것이다. 이 세한송백과 관련해 조선 후기 명필가로 이름을 떨친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와 그의 제자 역관 이상적(譯官 李商迪)과의 일화를 빼 놓을 수 없다.

추사가 조선 후기 안동 김씨의 세도정치에 휘말려 뜻하지 않게 제주도에서 유배생활을 할 때였다. 위리안치(圍籬安置)의 유배형을 받자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들이 모두 외면해 추사의 유배생활을 외롭고 궁색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 가운데 그의 제자였던 역관 이상적(譯官 李商迪)이 평소와 다름없이 스승을 위해 중국을 오가며 각종 서적을 구해 추사에게 전해주었다. 제자의 변함없는 애틋한 정을 확인한 추사는 외딴 초가집 양옆에 소나무와 잣나무가 그려진 한가한 시골풍경이 담긴 그림 한 장을 이상적에게 선물했다. 이 그림이 바로 그 유명한‘세한도(歲寒圖)’이다. ‘세한도’는 어쩌면 자칫 목숨이 위험한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스승에 대한 의리를 다한 제자 이상적에게 추사가 전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임이 분명하다.

지난 6월 29일 제345회 경남도의회 정례회에서 자유한국당(前 새누리당) 소속 한 도의원이 느닷없이 도내 중학교 무상급식 확대를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나섰다. 발언을 한 의원은 이전에 무상급식을 놓고 극단적 갈등을 거친 만큼 이제는 학생들 밥값 문제를 놓고 다툴 필요는 없다고 했다. 또 불필요한 정치적 이념 갈등으로 경남의 급식 청사진이 폐기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개탄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한심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2015년 3월, 홍준표 전 도지사가 발의한 무상급식 예산 지원을 중단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 관련 조례안을 경남도회가 논란 끝에 통과시켰다.

덕분에 그해 4월부터 경남도내에 무상급식이 중단되었다. 당시 이에 분노한 시민단체, 학부모 등이 연일 무상급식 지원 중단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었다. 급기야는 분을 삭이지 못한 도민들이 결국 경남도지사 소환이라는 초유의 정치적 행동으로까지 이어졌다. 당시 도민들의 뜻을 무시하고 홍준표 전 경남지사의 무상급식 폐지를 칭송하며 일방적으로 무상급식을 끝끝내 좌절시킨 경남도의회 의석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던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의원들이 아니었던가? 그렇기에 이번 자유한국당 의원의 중학생 무상급식 확대 운운은 실로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다.

세한송백이라했다! 여름철 온갖 푸름을 뽐내며 자랑하던 활엽수들이 추운 겨울이 닥치자, 자신들의 앙상하고 날카로운 가시를 숨기기 위해 걸치고 있던 나뭇잎들까지 주저 없이 떨어내며 한 겨울 생존하기 위해 몰두할 때 소나무와 잣나무는 추운 한 겨울에서 조차 삭풍을 이겨내며 자신의 푸름을 지킨다. 자유한국당 소속 경남도의원들에게 묻노니, 이제 박근혜 전 대통령도 떨구고,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도 떨구고 그렇게 신주단지처럼 모시던 새누리당도 떨군 그대들이 과연 한 겨울에 독야청청한 소나무와 잣나무가 될 수 있겠는가?

지난 촛불과 이번 대선을 거치면서 경남도민들은 수많은 정치적 시행착오를 거쳤다. 덕분에 한 겨울 산이 푸른 것은 지난 여름 온갖 나뭇잎으로 치장하고 있던 활엽수 아래 묵묵히 자리하고 있던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름 때문이라는 것을 확연히 깨달았다.

이제 자유한국당소속 경남도의원들이 아무리 성능 좋은 순간접착제로 떨구었던 민의를 자신의 앙상하고 볼품없는 가지에 붙인다고 한들 경남도민의 민의를 대변할 소나무와 잣나무가 될 수 있겠는가? 내년 지방선거는 경남이라는 산을 사시사철 푸르게 할 송백(松柏)을 가려내는 정치적 시험대다. 이 시험대에서 솎아지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도민에게 머리 조아려 진심으로 사죄하고 두 번 다시 도민을 배신하지 않겠다는 양심선언부터 해야 할 것이다.       

한남일보  hannamilbo@hannamilbo.com

<저작권자 © 한남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남일보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