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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기(計算器)

 문명이 최고조로 발달해 있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이 치고 계산기를 모르는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엔지니어링에 요구되는 수치를 산출해내기 위한 복잡한 수식에서부터 주부의 가계부 작성에 이르기까지 그 쓰임새와 형식도 다양하다.


 사실 계산기는 인류문명 발달과 궤를 함께 하고 있는 첨단 문명의 이기가 분명하지만 정작 그 기원에 대해서는 확실하지 않다. 물론 많은 이들이 17세기 프랑스의 수학자 블레즈 파스칼이 계산기를 발명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일부 역사학자들은 파스칼 이전에 독일의 수학자 빌헬름 시카드가 기계식 계산기를 처음 고안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 르네상스 시대의 발명가로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계산기를 고안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계산기의 최초 고안 또는 제작자를 두고 많은 이들이 다양한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은 그만큼 계산기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문명에 주는 영향의 선명성 때문이리라.


 최근 경남도내 정치권에서의 최고 화두를 꼽으라면 단연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일 것이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정부가 탄생한 이후 처음 치러지는 전국규모의 선거인 탓에 선거의 결과는 문재인 정부가 취할 향후 국정 기조 전반에 바로미터로 적용될 수밖에 없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런 만큼 지난 대선을 통해 수권 정당인 된 더불어 민주당이나 각종 적폐의 온상으로 지목된 탓에 지지율 측면에서 고전에 고전을 거듭하며 권토중래를 절치부심 노리고 있는 자유 한국당 여기에 의미 있는 지지세 획득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조직 재편에 몰두하고 있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등 크고 작은 정당들이 일치감치 내년 지방선거를 향해 돌진하고 있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정당에 속한 정치권 인사 중 일부가 너무 계산기를 열심히 두들긴 나머지 미묘한 오답을 내고 있어서 경남도민들 사이에 미묘한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최근 지난 13일 창원에서 개최된 민주당의 문재인 정부 국가비전과 국정과제 전국 순회 설명에서 내년 경남도지사 출마가 유력시 되고 있는 김경수(더불어민주당 김해을)의원이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철회를 백지화시키는 듯 한 발언을 한 것이다.

아직 당론인지 아니면 단순히 경남지역 의원의 입장에서 한 개인적인 발언인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분명 논란이 될 것은 분명하다.

당시 설명회 현장에서 김 의원은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건설을 백지화시킬 경우 2조 6000억 원의 매몰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을 강조한 한데 이어서 5·6호기는 새로 지어져 가장 안전하다는 견해도 소개했다. 다시 정리해서 말하자면 신고리 5·6호기가 최신 기술이 적용되어 안전하니, 기 투입된 예산을 고려해 백지화를 철회하고 계속 건설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여 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서 시민사회단체는 당장 발끈하고 나서는 모양새이다. 김 의원의 발언 직후인 지난 18일 오전 경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한 '안전한 세상을 위한 신고리원자력발전소 5·6호기 백지화 경남시민행동'은 김경수 의원의 발언을 두고 공론화 시민참여단의 오리엔테이션을 며칠 앞두고 신중치 못한 발언이라고 평가절하하며 발언의 시기를 놓고 잔뜩 의심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그러면서 특히 관련 시민단체들이 분노하는 대목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완료 시점을 70년 후인 2090년으로 설정한 것처럼 해석되는 김 의원의 추가 발언이다.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민감한 공약 중 하나가 바로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건설 중단 및 폐기였음을 상기한다면 김 의원의 발언은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뒤집는 수준이 아니라 말 그대로 뒤 엎어 버리는 수준이라고 해도 별반 이상할 것이 없다.


 정치인들이 계산기를 가장 많이 애용하는 시기는 단연 선거철이 으뜸이고, 그 계산의 주요 공식은 바로 득표율을 높이는 방정식일 것이다. 이 득표율이 가감에 따라 선거에 출마하는 정치인들은 평소 자신의 철학이나 소신 그리고 신념 따위를 득표율을 구하는 계산 속의 미지수로 치부해 아무렇게나 계산해버린다.

당연히 방정식을 풀다보면 미지수나 각종 부호들은 탈락 또는 삭제되기 마련이다. 그러다보면 계산의 결과가 득표율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나면 미지수는 구미에 맞게 변형되어 대입된다. 바로 김 의원의 이번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관련 발언이 바로 그 경우다.

김 의원이 무슨 의도로 그러한 발언을 쏟아냈는지 알 길이 없다. 그러나 그로 인한 파장은 분명하다. 이미 지난 대선에서 현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뛰었던 시민사회단체는 유력 여권 의원에 발언에 설왕설래하고 있고, 일부 시민단체는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묘한 엇박자를 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분명히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건설을 중단하고 폐기한다고 공약으로 밝혔다. 그런 문 대통령의 공약이 선거의 득표율을 위한 방정식 속의 미지수가 되어서야 되겠는가?


 계산기는 ‘1+1=2’라는 답을 내 놓는다. 그렇지 못하고 ‘1+1=1’이 된다든가 ‘1+1=100’이 된다면 그 계산기는 미련 없이 쓰레기통 속으로 버려진다. 그리고 새것을 구매한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지난 대선의 민심이 올해의 민심과 같을 것이라는 예단 하에 계산기를 두들긴다면 아무리 정확한 계산기라도 엉뚱한 답을 내 놓을 수 밖에 없다.

즉, 멀쩡한 계산기는 버리고 오류를 범한 구태의연(舊態依然)한 셈법으로 버튼을 누른 주인은 또 다른 계산기를 사서 열심히 두들길 것이다. 그래봤자 민심의 계산기는 결코 없는 답을 내놓지 않는다. 그리고 말한다. 구태의연의 미래 진행형은 지리멸렬(支離滅裂)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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