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한남칼럼
아이스 맨한남일보 중부취재본부장 강병국
  • 강병국/중부취재본부장
  • 승인 2017.11.27 09:41
  • 댓글 0

독일인 등반가 헬무트 지몬과 그의 아내 에리카는 지난 1991년 어느 날 알프스 산맥 피나일봉 등반을 마치고 하산하다 해발 3200m 부근 외치 계곡 빙하지대에서 얼음 위로 상반신이 드러난 사체를 발견하였습니다.

발견 당시 부부는 조난당한 등반가의 사체로 생각하고 지역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은 조난당한 것이 아니라 뼈와 피부로 연대를 측정한 결과 신석기 시대인 5300년 전 냉동 미이라(아이스 맨)였습니다. 과학자들은 미라의 뼈와 근육에서 체취한 조직의 DNA를 분석한 결과 유럽인의 조상으로 판명되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그가 발견된 지역명 외치(Oetzi)를 본 따 아이스맨 외치(Oetzi The Ice Man)로 부르게 되었습니다. 외치는 키가 159cm로 46세의 남자였으며 눈은 갈색이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학자들이 당시 유럽인들은 푸른 눈을 가졌을 것이라고 추측했던 것과 달리 이 때까지 푸른 눈이 나타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내장에든 내용물을 분석해 봤더니 그는 죽기 전 산등성이에서 곡식, 야채, 야생 염소고기를, 해발 3200m 지역에서는 곡식과 붉은 사슴고기를 먹었던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그는 염소가죽 정강이 받이에 풀잎 망토를 입었고 잘 짠 신발을 신었으며 신발 안에는 풀을 한가득 넣어 발을 따뜻하게 했던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또 곰 가죽 모자를 쓰고 있었으며 뼈에 도끼날을 묶어 만든 구리도끼와 함께 돌촉화살이 든 화살 통을 갖고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외치가 추위와 굶주림 때문에 죽었다고 예측되었지만 X선 촬영결과 왼쪽 어깨 뒤에 깊이 박힌 돌화살촉이 드러나면서 살해된 것으로 추론되었습니다. 골반 뼈 세포핵으로부터 추출한 DNA 분석 결과 혈액형은 O형이었으며 젖당(락토스) 소화장애증, 심장병 소인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 중추신경계, 심장혈관계, 관절, 피부 등에 통증 및 발진 등을 일으키는 라임병을 유발하는 보렐리아 박테리아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놀라운 것은 외치의 등에는 뜸을 뜬 흔적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뜸과 침 등 한의는 중국 등 동양에서 시작되었던 것으로 추정해 왔는데 외치가 뜸 치료를 받은 것을 보면 이는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뜸을 뜬 흔적은 외치의 등, 발목, 오른쪽 무릎 뒷부분의 피부에 있었습니다. 이는 신석기 인들이 이미 사람의 혈 자리를 알고 있었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우리는 현대인들이 더 과학적이고 머리가 명석하며 문명인이라 자부하지만 옛날 사람들도 현대인 못지않다는 사실은 곳곳에서 나타납니다.

붓다와 예수는 글을 써서 남기지 않았습니다. 훗날 제자들이 그들의 말씀을 기록했습니다. 그들은 스승의 말씀을 외웠던 것입니다. 일리아드 오디세이나 4박 5일 동안 읊는다는 마나스 서사시 등은 모두 구전되었습니다. 과연 현대인들이 그 같은 것을 외울 수 있을지 의문이 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스마트 폰으로 인해 가족의 전화번호도 외우지 못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5300년 전 아이스 맨 외치는 시사해 주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강병국/중부취재본부장  bkbkang@hanmail.net

<저작권자 © 한남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강병국/중부취재본부장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