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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서 50km 떨어진 작은 섬 홍도는 ‘괭이갈매기의 고향’작은 인공물 하나지만 갈매기에겐 거대한 벽
갈매기 한 쌍 알 1~3개 낳아 부화율은 절반에 불과
먹이 대부분 멸치 찾아 여수·창원까지 날아가기도

조사팀 “낚싯줄과 어폐어구 위협…쓰레기 관리 필요”

괭이갈매기들의 최상 휴식처.

통영에서 50km 떨어진 작은 섬 ‘홍도’는 십 수년전에는 등대 지킴이가 근무했으나 이제는 무인등대로 괭이갈매기들의 안식처다.

통영과 대마도의 중간에 위치한 이 섬은 괭이갈매기의 고향이라고 불린다.

4~5월 번식기에는 최대 6만여 마리의 괭이갈매기가 이 곳 9만8380㎡의 섬 바닥이 빼곡하도록 둥지를 튼다.

국립공원연구원은 지난해 한 해 동안 홍도에 서식하는 괭이갈매기의 삶을 관찰하기도 했다.

/편집자 주

홍도 등대 주변 ‘물피’ 군락지, ‘손바닥선인장’ 천국

바다 한 가운데 바람 막을 곳도 없이 덩그러니 떠 있는 섬 홍도를 덮고 있는 식물은 대부분 풀들이다.

5월엔 밀사초가, 9월엔 물피가 군락을 이뤄 자란다.

바람 탓이 나무 종류는 키가 작은 사철나무와 돈나무 등이 거의 전부다.

등대 주변엔 특이하게도 천연기념물 429호로 제주도가 북방한계선이라고 알려진 손바닥선인장이 자라고 있었다. 제주도가 아닌 홍도가 손바닥선인장의 북방한계선인 셈이다.

이 선인장은 어떻게 홍도에서 자라게 됐을까?

연구팀은 제주도처럼 선인장 씨가 해류를 타고 와서 자생했을 가능성, 혹은 철새가 제주도를 지나 이 곳 홍도에 잠깐 쉬면서 씨앗을 퍼트렸을 가능성, 아니면 옛날 홍도가 유인등대로 운영될 때 등대지기에 의해 퍼트려졌을 가능성 등을 제시하고 있다.

연구팀은 홍도에는 이 밖에도 전 세계적으로 경작지 농작물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는 잡초 ‘고깔닭의장풀’도 발견돼 향후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고양이 울음소리를 닮았다고 해서 ‘괭이 갈매기’란 이름이 지어졌다.

괭이갈매기 4-5월 번식기, 부화성공률 절반

4~5월 한창 번식기를 맞은 홍도는 괭이갈매기 둥지로 빼곡하다.

가로 30cm, 세로 25cm, 깊이 3cm 내외의 사발모양 둥지가 거의 1m에 하나씩 지어져 있다.

둥지마다 갈매기 한 쌍이 1~3개의 알을 낳아 기른다. 알을 품는 기간은 약 한 달. 암컷과 수컷이 번갈아 알을 품어 부화시킨다. 부화성공률은 절반에 불과하다.

국립공원연구원 조사팀이 18개의 둥지를 살펴본 결과 32개의 알을 낳아 16개만 부화에 성공했다.그렇게 알에서 태어난 새끼는 둥지에서 한 달 넘게(40일~50일가량) 어미가 주는 먹이를 먹으며 자란다. 먹이는 주로 멸치다.

번식기 동안 갈매기가 토해놓거나 둥지 근처에 남겨놓은 먹이를 조사한 결과 76%가 멸치였으며 전어, 볼락, 장어 등도 나왔다.

연구팀이 2마리의 갈매기에 위치추적기를 달아 확인한 결과 멀게는 90km를 날아 여수까지 가기도 했으며 북쪽으로는 창원(70km)까지 이동한 날도 있었다.

일본서 한국을 거쳐 북상하는 중간기착지

날씨가 매워지기 시작하는 10월이 되면 갈매기의 섬 홍도엔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온다. 철새들이다.

홍도는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남하하거나 일본에서 한국을 거쳐 북상하는 철새에게 중요한 중간기착지의 역할을 하고 있다.

7월엔 남쪽에서 북으로 가는 왜가리들이 관찰됐고, 9월엔 남으로 내려가는 칼새가 관찰됐다. 말똥가리, 딱새, 노랑턱멧새, 동박새 등이 10월 홍도에서 잠깐 쉬고 일본 쪽으로 날아갔다.

멸종위기에 처해 법정 보호종으로 지정된 매, 벌매, 새매, 긴꼬리딱새 등도 홍도 하늘을 나는 모습이 포착됐다.

새매의 경우 흰배지빠귀 등을 포식하기 위해 활발히 움직이며 태양광 발전시설이나 옛 관사터에 앉아 휴식하기도 했다.

낚싯줄과 어구 등이 괭이갈매기 큰 위협

이번 조사에서 무인센서 카메라에 고양이 한 마리가 발견됐다.

연구팀이 고양이 똥과 주변을 분석한 결과 이 고양이는 주로 작은 새를 잡아먹고 사는 것으로 추정됐다. 배설물 주변에선 설치류의 턱뼈도 발견됐다.

배설물엔 집쥐와 바다직박구리로 추정되는 조류의 흔적이 발견됐으며 왕귀뚜라미 등 곤충도 발견됐다.

국립공원연구원 조사팀은 이 곳 홍도엔 과거 90년대 후반에도 고양이가 발견된 적이 있지만 고양이 수명 등을 생각해 봤을 때 그 놈은 아닐 것으로 추정했다. 아마도 홍도 주변에서 낚시하던 선박을 통해 유입되지 않았을까 추정하고 있다.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임에도 불구하고 이 곳 갈매기들의 삶에 가장 큰 위협은 역시 사람이다.

조사팀은 이번 조사에서 옛날 등대지기가 사용하던 우물에 갈매기들이 빠져 죽는 사례가 많았다고 밝혔다.

어린 새 뿐 아니라 어미 새들도 좁은 우물에 빠지면 날아오를 수가 없어 꼼짝없이 죽을 수밖에 없다. 작은 인공물 하나지만 갈매기에겐 거대한 벽이다. 

낚싯줄과 어구 또한 갈매기에겐 큰 위협이다. 다리에 낚싯줄을 달고 다니는 놈, 낚시바늘을 삼켜 내장이 파열된 놈, 어구에 다리가 감겨 폐사한 놈 등이 발견됐다.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32만 개체의 바닷새가 그물과 낚시바늘에 걸려 폐사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1000개의 낚시바늘 당 0.02 개체의 바닷새가 폐사한다고 알려져 있다.

새끼를 적게 낳아 기르는 바닷새의 생활사를 고려하면 매년 어미가 번식지에서 사망할 경우 개체군 전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연구팀은 경고했다.

조사팀은 “이 구역 주변은 낚시객 외에도 어로활동이 잦은 만큼 폐어구나 쓰레기 관리가 각별하다”며 “홍도에 배를 댈 때 고양이나 집쥐 등이 함께 유입되기만 해도, 혹은 작은 씨앗 하나가 묻어와도 갈매기의 고향 홍도의 생태계는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곳 홍도는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야 입도할 수 있다.

홍도 무인 등대섬.
배에서 바라본 홍도.

 

 

최현식 기자  hsc284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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