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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 공공스포츠클럽’의 활동을 기대하며
이승열 前 거제교육장

그동안 우리나라의 체육은 엘리트 체육이 사회체육을 견인해 왔다.
그 엘리트 체육의 중심에는 학교 운동부가 자리 잡고 있었으며 해방과 6·25 전쟁 후의 후진국이었던 대한민국을 국제사회에서 선진국의 반열에 올려놓는데 일조한 공적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경제 사정이 열악한 개발도상국가가 국가를 알리고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제고시키기 위해서는 흔히 엘리트 체육에 집중투자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다.

올림픽의 금메달은 선수의 입신양명을 보장하는 인생 최고의 훈장이었고 그 메달은 전국의 많은 어린 선수들과 학부모의 희망이었다.
선수 인권이나 학습권 같은 기본적 권리는 사치스러운 방해 요소로 여겼고 입상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투자하고 헌신했다. 그러나 스포츠활동의 본질인 과정보다는 결과에 몰입하던 대한민국 체육은 이제 성찰의 시간에 직면해 있다.

‘1만 시간의 법칙’이 있다.
특정 분야에서 이른바 달인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적어도 1만 시간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는 법칙인데, 위싱턴포스트 기자 출신 ‘맬컴 글래드웰’이 지난 2009년 발표한 ‘아웃라이어’에서 빌게이츠, 비틀스 ,모짜르트 등 시대를 대표하는 천재들의 공통점을 설명하기 위해 제시한 개념이다.

물론 비판도 적지 않다. 미시간주립대 교수 연구팀은 노력과 선천적 재능의 관계를 조사한 논문에서 “노력한 시간이 실력의 차이를 결정짓는 비율은 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으며 ‘스포츠 유전자’ 저자인 ‘데이비드 엡스타인’도 “1만 시간 훈련한다고 누구나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될 수는 없다. 각자의 자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맞는 훈련을 실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나도 ‘데이비드 엡스타인’의 주장에는 동의하지만 ‘1만 시간의 법칙’을 부정하지도 않는다. 운동선수가 상당한 수준의 기량에 도달하면 경기 중의 동작은 거의 본능적으로 행해지게 되어 있다. 즉 연습으로 체화된 반복 동작이 무의식적으로 나타난다는 뜻이다.
결국, 수없이 많은 반복 훈련이 필요한 분야가 체육이라고 할 것이다. 비록 매시 같은 선수가 될 수는 없지만, 상위급 선수가 되려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해야 하는 시기가 바로 학교에서 학문의 입문과정을 배우는 단계와 겹치는데 어려움이 생긴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시작하여 고교 졸업 시까지가 10년이다. 매일 4시간씩 연습한다고 치면, 그 정도는 해야 그 분야에 눈을 뜬다고 하는 것이 ‘1만 시간의 법칙’이다.
 
사실 운동 연습과 학습을 다 같이 잘하기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성장기에 있는 선수들은 고된 신체 운동을 마치고 나면 극심한 피로를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 속에서 학습량이 차츰 밀리게 되면 결국 공부를 포기하게 되는 최악의 결과로 나타난다. 소양 교육과 상급학교의 수학능력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어른이 되는 경우가 흔히 생겨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학업성적이 사람의 능력을 전부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초학력은 사회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요소임에는 틀림이 없다.

많은 시간과 노력, 경험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만 그런 과정을 거치면 대부분 달인이 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못한다.
다시 말하면 모든 것을 희생하여 몰입하여도 목표를 성취하지 못하고 결국 다른 분야에서 제2의 삶을 시작하는 사람이 절대다수라는 뜻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제 학교체육은 ‘스포츠클럽화’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일반 학생을 모두 뛰어난 선수로 만들기 위해 모든 역량을 총집중하는 학교운동부의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

발렌시아 소속의 이강인 선수의 현지 훈련 일정은 많은 것을 깨닫게 한다. 학교 일정을 다 마친 저녁과 주말에 연습과 경기를 한다. 그런데도 세계적인 선수로 주목을 받고 있고 18세에 최연소 국가대표로 발탁되었다. 밥 먹고 공만 차야 세계적인 선수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선수들이 이강인 선수처럼 국가대표가 되지 못한 것을 실패라고는 볼 수 없다. 최선을 다하여 자신의 능력을 계발하고 목표 달성을 위하여 정진한 과정은 찬란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단 그 운동의 목표를 위해서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하는 것은 지혜롭지도 못하며 인간의 존엄성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다.

스포츠활동을 통해 행복을 찾으며 즐기는 과정 속에서 능력이 뛰어난 일부 학생은 자연적으로 전문적인 과정을 밟게 하는 선진형 운동부의 정착이 이제는 절실한 때이다.
즉, 스포츠활동은 직업선수가 되는 험난한 길이 아니라 심신을 단련하고 사회성을 함양하는 행복 교육의 도구가 되는 것이다.

학교의 학습 일정을 다 수행하면서 방과 후나 주말이나 야간의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스포츠를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일단 선수층이 두꺼워진다. 미래를 통째로 맡긴 현재의 운동선수 양성 시스템에서는 웬만해서는 운동부의 가입을 꺼리게 되지만 스포츠활동의 다양한 효과를 얻기 위해서 행하는, 부담 없는 스포츠클럽 활동에는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참여가 활발해지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축구 경기장 내에서 생기는 수 없이 많은 상황에서는 선수들의 창의성이 절실하나 틀에 박힌 경기 요령만을 교과서적으로 익혀서는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
최근, 7인제 초등학교 축구대회에서는 경기 중에 지도자가 작전이나 플레이 지시를 일체 하지 못 하도록 하고 있다. 정말 지혜로운 조치라고 생각한다.

다행히도 지난해 7월, 문화체육부와 대한체육회에서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스포츠클럽 공모사업에서 우리 거제시가 최종 선정되어 활동을 시작했다. 일단 수영, 사격, 축구, 에어로빅, 요가를 정식 종목으로 운영하는데 스포츠클럽 운영뿐만 아니라 꿈나무 육성반을 운영해 각종 대회출전의 기회도 제공할 예정이다.
선진형 공공클럽으로 육성하고 학교체육과 연계해 청소년 건강증진, 우수선수 발굴 등 유소년 체육, 엘리트 체육, 생활체육의 3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운영 방침이다.

한편 경남교육청도 지난해 선진형 학교 운동부 운영 지침을 발표하여 공부하는 운동선수로 키우는 방안으로 스포츠클럽 운영을 제시했다. 이 지침에 따라 학교 현장은 점차 운동부 운영을 FC나 스포츠클럽으로 이양하기 위하여 단계적으로 준비 중이다.

꺼내기가 부끄럽지만 나는 이미 지난 1983년 연초중학교 축구부를 창단할 때 요즘의 스포츠클럽 개념으로 시작했다.
재학 중인 1,2학년 중에서 선발하여 창단 멤버로 구성했고, 수업 시작 전인 0교시와 방과 후, 토요일 오후 시간에만 연습을 시켰으며, 일체의 수업 결손은 없도록 했다. 당연히 대회의 결과는 초라했지만, 공부와 운동을 똑같이 병행하는 자부심은 대단했다. 상위의 성적을 줄곧 유지하는 선수들이 거의 절반이 될 정도였다. 그러나 몇 년 후에 결국 현실의 한계를 이기지 못하고 기존 축구부처럼 외지에서 선수들을 받게 되고 전문 지도자도 영입하게 되었지만, 창단 초기 당시의 제자들은 학업의 공백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훗날 진로를 변경하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고 지금은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능력을 인정을 받으며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스포츠클럽 제도의 운영이 보여준 결과라고 믿고 있다.    

요즘, 스포츠는 개인과 사회의 건강증진과 발달을 위해 자발적으로 즐겁게 행해야 한다는 기본으로 되돌아가는 중이다.
성장기에 있는 선수들은 학업을 수행하면서 틈틈이 스포츠를 즐기고 그중에서 엘리트 선수가 배출되는 선진형 학교 운동부가 빨리 정착되기를 바란다.

‘아이 한 명을 키우려면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는 인디언 속담이 있다.
‘거제시공공스포츠클럽’이 그 중심에 서서 아이들의 행복을 키워주고 나아가 시민들의 즐겁고 행복한 생활체육도 더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하길 간절히 바라면서 권태민 회장을 비롯한 모든 임원진과 실무진에게 큰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한남일보  hannamilbo@hannam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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