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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민 칼럼] 국방부·해군은 언론사 기자가 그렇게 두렵나
정종민 한남일보 편집국 제2국장

10일 후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가 된다.
벌써부터 전국 곳곳에서 많은 국민들이 노 전 대통령을 그리며 변호사와 국회의원, 대통령, 그리고 자유인 노무현의 삶을 돌아보는 문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바보 노무현’, ‘보통사람 노무현’이란 별명이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지나면서 올해 문화제 포스터 이름처럼 ‘새로운 노무현’으로 재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얼마되지 않은 지난 2003년 4월 18일 국민들에게 쓴 편지를 되새긴다.
이 편지는 ‘대한민국 새대통령 노무현’이란 필명으로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에서 쓴 글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 저는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를 여러분에게 돌려드립니다.
대통령도 쉴 곳이 있어야 한다는 참모들의 만류도 있었고 웬만한 기업총수도 곳곳에 별장이 있는데 국가통치권자에게 별장 하나 있는 것이 뭐 문제냐는 국민여러분의 생각도 알지만 저는 이 별장을 국민여러분에게 돌려드립니다.
저는 어제 대통령별장인 이곳 청남대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밤을 보냈습니다.
지금은 새벽 5시입니다.
아직은 어둡지만 저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아침을 봅니다.
                                <중략>

지금 청남대 관저 앞에는 부지런한 새 몇마리가 곧 다가올 아침을 알리고 있습니다.
저는 새소리를 들으며 대한민국의 새로운 문화를 봅니다.
아빠가 낮에 있었던 일을 아이에게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깨끗한 대한민국.
배우면 일할 곳이 있고 땀 흘리면 대우를 받는 정정당당한 대한민국.
여자라고 불이익받지 않고 노인이라고 소회되지 않고 장애인이라고 불편하지 않는 따뜻한 대한민국.
베풀기 위해 가지고 함께 잘 사는 것을 행복으로 아는 사랑에 찬 대한민국.
대통령보다 국민이 높고 국민보다 애국자가 더 높은 대한민국.
날이 밝으면 저는 이 청남대를 국민여러분에게 돌려드리고 청와대 집무실로 다시 돌아갑니다. <이하 생략>

역대 대통령들이 휴가때 꼭 간다는 호화별장 ‘청남대’를 역사속으로 묻어버리고, 처음으로 국민에게 돌려주려 개방한 노무현 전 대통령.

필자는 취임 후에 처음이자 마지막 청남대에서 딱 하루 보내시고 새벽 5시에 편지를 쓴 모습을 상상하니, 그분의 마음을 모두 헤아릴 수는 없지만 알 수 없는 전율과 함께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만은 막을 수 없다.

이렇게 ‘대통령 테마 국민관광지’로 돌아온 청남대는 올해 16회 봄꽃축제인 ‘영춘제’가 지난 12일까지 ‘환희·열정 100’이라는 주제로 열려 울긋불긋 피어 나는 영산홍을 비롯한 꽃나무와 금낭화 등 35만여 본의 야생화와 함께 국민들을 행복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가까이 돌아보면 경남 거제에도 대통령의 별장이 있다. 다름 아닌 거제시 장목면 유호리 산88-1외19에 위치한 섬 저도다.

저도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군이 점령해 군사시설로 사용되다가 1954년 해군이 인수했다.
 
1972년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대통령 별장인 ‘청해대(靑海臺)’로 지정되는 등 대통령 휴가지로 이용됐다.

박 전 대통령이 여름에 자주 이용했던 곳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젊은시절 이곳에서 수영복을 입은 모습이 훗날 공개되기도 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43만4181m²크기의 저도에는 대통령 별장(1관)과 수행원 숙소(2관), 콘도(3관), 장병 숙소 2곳(4·5관), 골프장, 팔각정, 모래사장, 대피소, 위병소 등의 시설물이 있다.

역대 대통령들은 여름 휴가를 저도에서 보내곤 했다.

이 때문에 저도는 군사보호구역으로 남아 여전히 일반인이 들어갈 수 없는 섬으로 남아 있다.

거제시민들은 과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저도 반환을 요구했지만, 국방부는 거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조기 대선 때 저도 반환(개방)을 공약했다.

문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국방부와 해군 등 군 기관, 거제시와 시의회를 포함한 저도상생협의체가 구성돼 저도 반환 및 개방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그렇지만, 거제시의 대통령 공약이행 등 반환 요구에도 해군 측은, 지난해부터 반환은 대체부지를 제공할 것과 개방할 경우 일부만 개방한다는 방침을 전달하고 있는 상태로 전해지고 있다.
그것도 대통령 별장을 제외한 산책로 일부와 시기 및 횟수도 극히 제한적이라는 것이 상생협의회 참석자의 전언이다.
개방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은 물론, 체면치레일 뿐이어서 ‘앙꼬없는 찐빵’이라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하다.

거제지역 시민단체 가운데 가장 강력하게 반환요구를 하고 있는 거제시발전연합회(회장 김수원)는 ‘저도 소유권 및 관리권 이관 촉구’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지난 2013년 8월 해군장성 부인 40여 명의 춤파티 야유회 논란이 있었는데 이같이 소수 특권층과 해군 간부의 휴양지로 사용되는 저도가 군사 작전지역이라는 설득력은 완전히 상실됐다”고 주장할 정도로 해군 특권층의 전유물로 활용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형국이다.

김수원 회장은 “1973년 대통령 별장인 ‘청해대’가 만들어지면서 군사작전지역화 되고 해군이 관리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저도에 다리(거가대교)가 건설되면서 국가 안보와 관계가 없는 지역으로 변해 군사기지의 목적을 상실, 군사기지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거제시발전연합회는 회원 등 300여 명이 지난 3월 2일 거제시 장목면 궁농항에서 국방부가 소유한 거제도 부속섬인 저도를 돌려달라는 집회를 마친 뒤 유람선 2척에 나눠타고 해상시위까지 벌였다.

이날 해상시위에는 지역 어민들의 어선 26척도 ‘저도반환’ 등의 구호가 적힌 프래카드를 내걸고 해상시위에 동참했다.

거제시발전연합회 지난 4월 25일 회원 등 120여 명이 상경해 청와대 앞에서 저도 반환을 요구하는 집회를 벌이기로 의결했지만, 돌연 취소됐다.

지난 9일 오전 경남도의회 회의실에서 거제시와 국방부, 해군 관계자 등 20명이 참석한 가운데 거제 저도상생협의회 제3차 회의가 열렸다.

실무상생협의 차원에서 열린 이날 회의에서는 저도 개방시기와 개방범위 등에 대해 상당부분 이견이 좁혀진 것으로 전해졌다. 저도를 하반기부터 시범개방하는 쪽으로도 가닥이 잡혔다고 한다.

또한 이 협의에서 오는 16일 오후 변광용 거제시장과 시 관계자, 시의원, 거제발전연합회 회원 100여 명과 면동 통장협의회장, 주민자치위원장, 안내요원 등 150명 정도가 저도를 방문하는 것으로 결정됐다는 것이다.

저도 방문자는 대부분 이 단체회원들이며, 통장 및 주민자치위원은 몇명에 불과하다.

시범 개방을 앞두고 거제시민단체 회원 등 100여 명이 그동안 베일에 싸였던 곳을 방문하는 것과 저도의 특성(제한적이지만) 일부만이라도 취재·보도하겠다고 요청한 언론사 기자는 동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해군 측의 입장인 것으로 전달됐다.

지난해 11월 거제시 간부와 거제시의원들의 저도 방문에도 언론사 기자의 동행은 불허됐다.

거제시 한 관계자는 “우리도(몇몇 풀단) 기자들이라도 동행하길 원하지만, 주인(해군)이 안된다는데 어떻게 할 방도가 없다”고 조심스럽게 하소연 했다.

이미 거가대로가 통과하면서 사실상 군사안보의 특성을 상실하고, 대통령이 나서 개방을 약속하면서 하반기부터는 시범 개방 계획까지 세우는 마당에 언론사의 접근을 막는 이유가 무엇인지 국방부와 해군 당국에 묻고 싶다.

무엇이 그렇게도 두려운지 말이다. 국민과 시민을 대변하는 기자가 북한군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군사안보를 내세우며 불필요한 부분까지 꼭꼭 감싸놓는 군(軍)의 옳지 못한 습성도 이제 개혁 대상이 아닌지 싶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과감한 결단과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에 포함시키는 ‘대통령 별장 개방’ 이유를 군 당국도, 국민들도 이제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한남일보  hannamilbo@hannam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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