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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거 10주기, 현실로 다가오는 노무현의 꿈 ‘지역주의 극복’‘바보 노무현’…대선·지선 통해 지역주의 균열
TK·호남 등 일부지역 독점 여전, ‘경쟁’ 구도 마련
노무현 대통령 10주기 국회특별시사회 개최-자연 생태 다큐 물의 기억.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우리 사회를 큰 슬픔에 빠뜨렸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그의 서거 10주기 행사가 23일 열린다.

매년 이날이면 그의 안타까운 죽음을 슬퍼하고, 그의 정신을 되새기고자 하는 많은 국민들이 전국을 노란 물결로 뒤덮는다.
특히, 올해는 서거 10주기를 맞이한 만큼 그의 빈자리가 더욱 커 보인다. 하지만 올해는 슬픔 속에서도 작은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바로 ‘노무현 정신’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의 별명은 ‘바보 노무현’. 대한민국 정치의 고질병 중 하나로 꼽히는 ‘지역주의 극복’을 내세우며 ‘어려운 길’을 선택한 그에게 국민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권유에 힘입어 통일민주당 후보로 부산 동구에 출마해 13대 국회에 입성한 노 전 대통령은 ‘5공 청문회’에서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하지만 자신을 정치인으로 인도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3당 합당을 ‘야합’이라고 비판하며 통일민주당을 탈당하고 꼬마민주당을 택해 14대 선거에서 동구에 다시 한번 도전장을 냈지만 낙선했다.

지난 1995년 열린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 출마했지만 37.58% 득표에 그쳐 지역주의 벽을 실감하며 낙선했다.
또, 제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서울 종로구에 출마했으나 이명박, 이종찬 등에 밀려 또다시 낙선했다.

지난 1997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으로 치러진 서울 종로구 보궐선거에 나서 당선되며 6년 만에 국회로 복귀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2000년 4월 ‘지역주의 극복’을 내세우며 다시 부산 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가족과 보좌관 등 모두가 ‘부산행’을 말렸지만 그의 결심을 꺾지 못했다고 한다.

부산 북강서을에 출마한 노 전 대통령은 선거초반 여론조사에서 앞서나가며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지역주의 벽에 다시 한번 가로막히며 35.69%의 득표율로 허태열 한나라당 후보(53.22%)에게 패했다. 당시 선거에서 허 후보의 집요한 색깔론과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발언은 지금까지 회자될 정도다.

서거 10주기, 현실로 다가오는 노무현의 꿈 '지역주의 극복'.

노 전 대통령은 ‘낙선’이란 결과에도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며 지역주민들의 선택을 담담히 받아들였고, 이런 그를 국민들은 ‘바보’라고 불렀다. 노 전 대통령은 이 별명을 가장 좋아했다. 지역주의 극복이 정치인 노무현의 첫번째 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유다.

대통령 당선 당시에도 지역주의는 노 대통령으로서는 극복하지 못한 과제였다. 당시 그의 PK지역 득표율은 부산(29.85%), 울산(35.27%), 경남(27.08%)에 불과했다. 경남 김해 출신인데다 부산에서 인권변호사와 국회의원을 역임하고, 노동자를 대변했던 그로서는 매우 아쉬운 결과였다.

하지만 극복하기 힘들 것 같았던 그의 꿈은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세상을 떠난 후 조금씩 이뤄지기 시작했다.

지난 제20대 총선 때 부산지역 18곳의 선거구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5명의 당선자를 배출하며 3당 합당 이후 최고의 성과를 거뒀다. 제19대 때의 2명(조경태·문재인-민주통합당)과 비교하면 엄청난 성과인 셈이다.

경남에서도 변화가 일어났다.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이 있는 김해 갑/을 2곳과 양산을 등 3곳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고, 창원성산에서는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당선되며 견고하기만 하던 지역주의가 서서히 균열하기 시작했다. 제19대에서는 민홍철 민주통합당 의원(김해갑) 1명뿐이었다.

울산에서도 제19대 때 새누리당이 6석을 싹쓸이 했지만 20대에서는 새누리당과 무소속이 3석씩 차지하며 지역주의 균열을 알렸다.

보수의 아성으로 불리는 대구에서는 두 번의 낙선 끝에 김부겸 민주당 의원이 20대 총선에서 당선되며 파란을 일으켰다. 호남에서도 국민의당이 선전하며 제3세력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이 같은 변화는 속도를 더했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부산과 울산에서 비(非)보수 정당 후보로는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경남에서는 문 대통령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0.51%P 차이로 석패했지만 홍 후보가 직전 경남도지사 출신인 점을 고려할 때 사실상 승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를 받으며 지역주의를 넘어선 득표란 분석이 나왔다.

이어,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PK의 지역주의는 사실상 종식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PK의 경우 부산(오거돈), 경남(김경수), 울산(송철호) 등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이 모두 당선됐기 때문이다.

특히, 부산에서는 기초단체장 16명 가운데 13명, 광역의원 47명 중 41명이 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돼 ‘보수붕괴’란 분석이 쏟아졌다.

경북의 경우 박정희 전 대통령 고향인 구미에서 민주당 소속 장세용 시장이 당선되면서 과거의 일당 독점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경쟁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렸다.

PK지역 광역단체장은 모두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있어 그 의미를 더 했다.

하지만 호남에서는 민주당과 민주평화당이, 강원도에서는 민주당 광역자치단체장과 보수정치권 국회의원·기초단체장이 공존하며 희망을 엿보게 한다.

지역주의의 한계를 상당히 극복한 지금, 관심은 1년도 채 남지 않은 내년 4·15 총선에 모아진다. 내년 총선은 그 어느때보다 경쟁이 치열할 것이란 평가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각 정당은 모두 “지역발전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과거 콧대 높던 정치인이 아닌 치열한 경쟁 속 낮은 자세로 임하는 지역 정치권의 모습을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외친 ‘지역주의 극복’이 정치적 수사가 아닌 국민과 국가 발전을 위한 헌신적 노력이었음을 보여준다.

서거 10주기를 맞은 ‘바보 노무현의 꿈’은 이제 완성돼 가고 있다.

최현식 기자  hsc284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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