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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무더기 지정취소 사태 우려, 시대착오다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8곳이 지난 9일 서울시교육청의 재지정 취소 결정을 받았다. 전국 평가 대상 24개 자사고 중 11곳이 이제 존립 위기에 몰리게 됐다. 청문이나 교육부 동의가 남긴 했지만, 운명을 장담하긴 힘들다. ‘원조 자사고’인 상산고등학교마저 평가에서 탈락해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논란도 일었다. 과정과 결과 모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없지 않다. 전북 상산고, 경기 안산동산고, 부산 해운대고에 이어 올해 전국 재지정 평가 대상 24개 학교 가운데 자사고 탈락 위기 학교는 총 11곳에 이른다. 평가는 끝났지만, 후폭풍은 이제 시작이다. 청문회를 거쳐 교육부 동의 여부가 나올 때까지는 물론이고, 그 결과에 따라 자사고든 해당 교육청이든 법적 대응이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논란은 갈수록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자사고는 다양한 교육수요를 담아내기 위해 이명박 정부 때 도입한 학교 모델이다. 기존의 ‘자립형 사립고’보다 학교의 자율성을 더 확대했다. 교육과정, 교원인사, 학생 선발 등 학사 운영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도입 당시부터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자사고를 통해 입시 명문고가 부활하고, 이는 곧 고교 평준화 정책을 흔들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이런 우려가 일부 현실로 드러나면서 자사고 폐지는 현 정부의 국정과제가 됐다. 학교의 입시 학원화, 서열화 등은 아직 보완할 여지가 남아 있다. 교육 민영화 등 신자유주의 시장 논리까지 한술 더 뜬 것 역시 정부였다.

평준화, 즉 교육 획일성을 보완하려다 보면 당연히 평준화 정책의 근간이 건드려진다. 기본적으로 교육이 없고 경쟁만 있어 자사고 정착에 불리한 한국적 토양을 인정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당국이 ‘자사고 죽이기’에만 골몰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평가위원과 심사과정을 공개하지 않고 결과만 일방통보한다면 자사고 탈락을 순순히 수용하기 어렵다. 지난해 한국교육개발원 조사에서 자사고 폐지 여론은 찬성 47.2%, 반대 15.2%였다. 찬성 여론이 우세해도 교육감들이 자사고 폐지를 맘대로 좌지우지할 수는 없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결과의 정당성이 확보된다. 그래야 5년마다 반복되는 자사고 재지정 평가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한남일보  hannamilbo@hannam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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