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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여행, 특별난 추억
한상덕 경상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올여름, 아내와 함께 중국 장가계(張家界)로 여행을 다녀왔다. 30년을 부부로 살아오면서 둘만의 외국여행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늘 말은 거창하게 해 놓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아뿔싸 어느덧 다리 관절을 걱정할 나이에 가까워져 버렸다. 아니다 싶어 좀 늦긴 했지만 아내 말을 듣기로 한 게다. 물론 상의는 했지만 주로 아내 의견에 따라 여행지도 일정도 잡았다. 칭찬받는 다른 집 남편들과는 전혀 다른 그저 무능하고 소극적인 남편임을 자인하면서….

특별한 여행은 별난 추억을 남기는 법이던가? 결론적으로 말해 이번 여행이 그랬다. 여행사를 통한 ‘패키지’였기에 다른 부부들과 가족, 이런저런 모임의 구성원들과 한 팀이 돼 출발했다. 장가계에 도착한 다음날부터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됐다. 우리 팀은 24명이었던 관계로 ‘2학년 4반’이란 팀명이 붙여졌다.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달리며 사진 찍기’와 같은 ‘주마간산(走馬看山)’식 여행….

장가계는 산수경관이 뛰어난 최고의 명산이다. 수억 년 전 바다 밑이었던 땅이 지각변동으로 하늘 높이 솟아오른 기암절벽들, 자연이 마술을 부리고 있는 듯한 위태위태한 황토색 봉우리들은 사람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그러나 관광객들이 너무 많이 몰린 탓에 ‘만땅’으로 충전된 행복지수도 금세 방전되기 십상이었고, 잠시 후 다시 시선을 돌리면 충전이 되곤 했다. 외국 관광객들 중에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7~80%를 차지한다지만, 전체 관광객들 속에서는 겨우 10% 전후란다. 역시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중국인들이었다.

어디나 그렇듯, 천하제일의 산수라도 비가 내리면 말짱 ‘꽝’이다. 1년 중 200일이 넘게 비가 내린다는 장가계에서 맑은 날에 관광을 한다는 건 축복 중의 축복이라 했다. 다행히 우리가 그 선택받은 사람들이었다. ‘천우신조(天佑神助)’의 축복 속에서 이틀 동안 계획한 여정을 모두 잘 마칠 수 있었으니, 얼마나 큰 행운이었는지…. 그러나 옛말에 아무리 큰 기쁨도 극도로 기뻐하지 말라 했던가? 아무리 큰 슬픔도 지나치게 슬퍼하지 말라 했던가?

옛날 우리 어르신들 중에는 기다리던 손주를 얻고 나서도 하루나 이틀 동안 남에게 알리지를 않았었단다. 가슴 속에서 그 즐거움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서…. 말을 해 버리면 즐거움이 달아나버릴 것만 같아서…. 그런데 우린 좀 달랐던 것 같다. 여행 가이드는 입만 열면 우리들의 천복을 강조했고, 엊그제 안내했던 여행팀은 구름만 구경하고 갔다고 했다. 우린 차가 흔들릴 정도로 박수를 치며 즐거워했다. 하지만 기쁨의 표현이 너무 과도했던 탓이었을까? 행복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좀 겸손하라는 의미였을까? 마침내 하늘은 우리에게 기쁨도 ‘겸손’하게 즐기라며 태풍 ‘레끼마’로 귀국하는 날의 하늘길을 막아놓고 말았다.

결국 3시간 반이면 돌아올 거리를 사흘을 더 돌고 돌아 한국에 도착했다. 장가계에서 장사(長沙)공항으로, 장사공항에서 남경공항으로, 남경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인천공항에서 다시 버스 타고 김해공항으로… 결국 4일이 7일이 되고 말았다. 그러는 동안 ‘행안부’ 강의를 비롯한 4곳 강의를 ‘펑크’ 내고 몸은 만신창이가 돼 병원 신세까지 져야 했으니, 이런 걸 특별난 여행, 특별나게 했다고 하는 것일까.

“즐거움도 너무 지나치면 안 된다.(樂不可極)”는 말, 아무리 맛난 음식이라도 너무 과식하지 말라는 충고이기도 하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여행 때 우리 ‘2학년 4반’ 중에는 과식으로 탈이 난 학생도 있었고, 난 과식이 아니었는데도 역시 배탈이 나서 죽을 고생을 했다. 장염인 상태에서 버스를 타고 6시간 동안 고속도로를 달려야 했을 때의 그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란, 아….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나도 몰래 신체 일부에 힘이 들어간다. 다 ‘지나갔음’에 감사한다.

어느덧 가을임에 감사한다. 태풍으로 인해 큰 불행을 당한 분들도 얼른 아픔일랑 지나보내고, 감사한 추석을 맞이하고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랬으면 참 좋겠다.

한남일보  hannamilbo@hannam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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