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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을 찾으면 길이 보인다
한상덕 경상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강의의 성공 여부는 청중의 만족도에 있다. 아무리 양질(良質)의 내용을 열정적으로 강의한다 할지라도 결과는 역시 청중에게 얼마나 잘 전달되었는지의 여부로 결정된다. 만족도가 높은 경우는 대개 듣고 싶은 청중에게 강의를 할 때고, 힘든 강의는 듣고 싶은 의지가 없는데 어쩔 수 없이 수동적으로 동원된 대상에게 할 때다.

경험상, 특강에 다소 힘이 드는 대상은 중·고등학교 학생들이다. 인원이 적으면 그래도 괜찮은 편이다. 문제는 체육관에 3~400명을 맨바닥에 앉혀놓고 할 때다. 이성적으로는 그 나이에 떠드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되면서도, 때로는 1분만이라도 말이 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할 때가 많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소용이 없을 때는 그냥 마이크 내려놓고 대성통곡이라도 하고 싶은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올여름 성공적으로 강의를 마칠 수 있었고, 강사로서 뿌듯한 마음으로 교문을 나섰던 고등학교가 하나 있었으니, 남해에 있는 어느 고등학교다.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직접 강의요청을 받았고, 행사의 목적을 분명하게 설명 받았으며, 학교의 변화를 위한 교장의 의지에 꼭 좀 부응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응했던 학교다. 강의 시기와 시간을 정하는 것부터 남다르다 생각됐지만, 정작 놀란 것은 강의 당일이었다. 최고의 강의가 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과 환경을 만들어 놓고 강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하나를 보면 나머지 열 개도 대충 연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잠깐 머물렀다 온 시간이었지만, 이 학교에서는 뭔가 큰 변화와 발전을 위해 구성원들이 똘똘 뭉쳐 시골에서의 ‘큰 희망’을 만들어가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바로 행사장에서였다. 초청특강은 평범한 행사 중의 하나일 수 있다. 하지만 그날 특강은 일반적인 ‘행사용’ 강의가 아니라, 그 강의를 통해서 뭔가 특별한 시간이 되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는 걸 척 봐서 알 수 있었다.

현장은 이러했다. 체육관이었음에도 학생들을 모두 의자에 앉혔다. 반원(半圓)으로 좌석을 배치했다. 학생들 간의 간격을 넓게 했다. 학부모를 청해서 학생 옆에 앉혔다. 선생님들도 참석하도록 했다. 고개 숙인 학생들을 찾아다니며 경청을 독려했다. 교장선생님이 끝까지 함께했다. 강의 후 학생과 학부모에게 질문하도록 했다. 교장·교직원·학생·학부모들의 합심이 그대로 읽혀지는 현장이었다.

학교를 나오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한번 해 보았다. 그 조직의 관리자는 어떤 가치관과 목표를 가졌던가? 그 관리자는 어떤 시스템과 환경을 구축해 놓고 있었던가? 그 관리자는 조직과 구성원의 발전을 위해 어떤 관심을 어떻게 실천하고 있었던가? 그 관리자는 소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어떻게 학생들을 독려하고 있었던가? 그리고 한배를 탄 여러 교직원들은 어떤 협력으로 어떻게 관리자와 함께하고 있었던가?

별것 아닌 일을 뭘 그리 침소봉대하느냐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일의 크기에 관계없이 관리자의 고민과 구성원들의 대책이 얼마나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게 될지를 생각해 볼 때, 이보다 더 좋은 사례가 어디 있을까 싶었다. 어느 학교에 갔더니 교장실에 “교장이 바뀌면 학교가 바뀐다.”는 글귀가 걸려 있었다. 그렇지 싶었다. 명문은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관리자의 도전적인 발상과 변화가 명문을 만들고,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태도와 협력이 기적을 만들어낸다. 그 감동적 결과는 하루아침에, 그리고 한 사람만의 노력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해내고 말겠다는 생각을 가진 자에게는 ‘방법’이 보이고, 하기 싫다 생각하는 자에게는 ‘핑계’가 보일 뿐이다. 인생과 역사는 ‘방법’과 ‘핑계’ 둘 중의 하나로 만들어져간다. 그 선택은 언제나 주인인 내가 결정하는 것이다. 올 한해도 그 ‘방법’을 찾느라 열심히 살아왔다면 새해는 더 희망찬 한 해가 되리라 확신한다.

한남일보  hannamilbo@hannam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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