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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는 상인을 착취하지 말라
권우상 명리학자·역사소설가

중국 고대 당나라 황제의 업적을 집대성한 ‘정관정요 : 貞觀政要’에는 이런 말이 있다. ‘물은 배를 잘 띄우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배를 뒤집기도 한다’ 전국시대 세도치(懶戶內)의 군주 모토나리는 ‘정관정요’를 즐겨 읽었는데, 그는 여기에서 물을 부하로 배를 군주로 보았다. 부하는 군주를 잘 받들지만 한편으론 매우 살벌한 존재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고아와 다름없는 소년 시절을 보낸 모토나리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염두에 둘 수 있는 말이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도 이 말을 곧잘 인용했다. 이에야쓰도 어린 시절부터 오랜 인질 생활을 보내는 과정에서 사람을 믿지 않는 불신을 갖게 되었다는 점에서 보면 모토나리와 이에야스는 매우 닮았다고 말할 수 있다. 전국시대에는 ‘하극상’이라는 사고방식이 있었다. 하극상은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꺾어 누르는 일이라는 뜻인데 이 무렵 하극상 논리는 윗사람은 아랫사람의 생활을 보장해 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바꾸어 표현한다면 ‘상사는 부하를 먹여 살려야 한다’ 강탈을 해서라도 부하를 먹여 살려야 우두머리가 된다. 그러다 보니 부하의 생활을 보장해 줄 능력이 없는 상사는 무시해도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모토나리는 이렇게 생각했다. “지역의 지배자는 지자무라이야. 지자무라이의 기득권을 갑자기 거둬들인다면 심한 저항이 발생할 거야. 그렇다면 지자무라이들이 가지고 있는 기득권을 인정한 상태에서 그것을 연합시키고 통합시킬 필요가 있다” 모토나리는 주고쿠 지방에 지자무라이들의 연합체를 만들고 자신은 가장 높은 지위에 앉고 자신이 가장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지자무라이 연합체를 ‘모리(森)의 숲(林)’이라고 불렀다. 모토나리는 어린 시절의 경험을 통해 중신들에게 권한을 맡겼던 때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었다. 어린 시절에 이노우 모토카네라는 중신에게 당했던 뼈저린 경험이 그를 중신들을 믿지 못하는 인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모토나리의 셋째 아들인 고바야카와 다타카게는 고바야카와 가문의 양자로 들어가 그때까지 둘로 나뉘어 있던 고바야카와 가문을 통합했다. 다타카게가 통합한 고바야카와 가문의 세도치(懶戶內)의 수군은 사실상 해적이나 다름이 없어 백성들의 평판이 좋지 않았다. 어느 날 다타카게는 교토에 볼일이 있어 상경했다. 낭비 없이 도시생활을 하려면 금전 출납을 담당하는 관리가 필요했다. 그래서 교토로 데려온 우시(?飼)라는 인물에게 일을 맡기자 우시는 말했다. “싸움에는 자신이 있지만 금전관리는 자신이 없습니다. 저 대신 교토의 상인을 고용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우시는 교토의 상인을 고용해 다타카게가 교토에 머무르는 동안 금전관리를 맡겼다. 다타카게가 교토에서 일을 끝내고 돌아가게 되자 상인은 그동안 관리하고 남은 돈을 우시에게 내밀었다. “저에게 맡겨두신 돈 중에 이 금액이 남았습니다” 우시는 남은 돈에 감탄해 즉시 이 사실을 다타카게에게 보고하자, 다타카게는 불같이 화를 냈다. “무슨 말이냐. 나는 회계에는 어둡지만 물건 가격이나 노임에 대해 대강은 알고 있다. 지금까지 교토에서 생활하는 동안 어느 정도의 돈이 들어갈 것인지 충분히 계산을 한 뒤에 적당한 금액을 맡긴 것인데 이렇게 많은 돈이 남았다는 것은 그 상인이 물건을 구입할 때 터무니없이 가격을 깎았거나 노임을 절약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짓을 했다면 내 명예가 손상될 수밖에 없지 않는가. 그 녀석 목을 베어라” 깜짝 놀란 우시는 상인에게 다타카게의 말을 전하자 상인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다타카게 님 말씀대로입니다. 물건 가격을 깎고 노임을 삭감하여 돈을 절약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그러자 우시는 건네받았던 돈을 다시 상인에게 돌려주고 말했다. “그동안 물건을 구입한 사람과 일을 한 노무자를 만나 깎았던 돈을 돌려주게. 다타카게 님께서는 아직 계산을 끝내지 못한 비용이 있었다고 보고 하겠네” 우시는 다타카게에게 다시 보고를 올렸다. “잘 계산해 보니 역시 비용이 부족했습니다” “그래? 그게 사실이냐?” 우시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럼 됐다. 정해진 예산은 모두 사용하는 것이 부하의 역할이야. 그 돈을 남겨서 돌려줄 생각 따위는 할 필요가 없다. 예산 절감을 위해 절대로 상인을 착취하지 말라” 이 소문이 알려지자 다타카게는 전국시대의 다이묘(大名)로 추앙됐다. 지금도 예산을 남길려고 공공기관이 업자를 착취하는 일은 없는지 모르겠다.

한남일보  hannamilbo@hannam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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