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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꾼은 좋은 기회를 눈여겨 봐야
권우상 명리학자·역사소설가

커다란 배를 가지고 다니면서 장사를 하는 양가춘(梁茄春)은 생강을 사서 한 배 가득 싣고 경상도 선산(善山)의 월파정(月派亭) 나루에 배를 대고는 혼자 중얼거렸다. “내 명색이 사내대장부로서 색향으로 유명한 이곳에 와서 그냥 장사만 하고 지나칠수야 없는 일이 아는가” 그리해 선산 고을에서 이름난 한 기생을 사귀어 그 집에서 며칠동안 생활하면서 한 배 가득한 생강을 모두 탕진하고 맨몸으로 돌아갈 처지가 됐다. 빈털터리가 된 상인은 기생과 작별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너의 집에 와서 며칠동안 생강 한 배를 모두 날렸으나 후회는 없다만 다만 한 가지 소원이 있다. 너의 옥문(玉門)이 어떻게 생겼기에 내 생강 한 배를 며칠 사이에 다 먹어치웠는지 보고 싶구나, 어두운 밤에는 볼 수 없으니 밝은 대낮에 한번 보여 줄 수 없겠느냐?” 그러자 기생은 웃으면서 생강 장수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런 소원이라면 열 번 이라도 들어드릴 수가 있습니다” 하고는 옷을 모두 벗고 알몸으로 반듯이 드러누워 상인이 보고 싶다는 옥문을 보여 주었다. 이 상인은 기생의 옥문을 헤치고 그 속까지 자세히 살펴 본 후 시(詩)를 한 수 지었는데 이런 것이었다. ‘멀리서 바라볼 때는 늙은 말의 힘 없이 감기는 눈같더니(遠看老馬目), 가까이 들여다 보니 고름이 든 종기를 찢어 헤친 상처 같구나(近見患膿瘡), 양쪽에 들린 입술에는 아무리 보아도 치아가 없는데(兩邊皆無齒), 어떻게 한 배에 실린 그 딱딱한 생강을 다 먹어 치웠는고?(喫盡一船薑)’ 중국 전국시대 말 한(韓)나라의 장사꾼인 여불위(呂不韋)는 조(趙)나라의 도읍인 한단(邯鄲)에 무역을 하려 갔다. 그런데 우연히 자초(子楚)가 이곳에 와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당시 자초(子楚)는 불모로 잡혀 있는 신세였다. 최고의 장사꾼인 여불위의 머리에는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어디 있겠는가. 사두면 훗날 큰 이익을 얻게 될 것이 분명하다” 여불위는 곧바로 폐허가 된 초가에서 빈곤하게 살아가고 있는 자초(子楚)를 찾아갔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귀공의 부군이신 안국군(安國君)께서는 멀지 않아 소양왕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를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정빈(正嬪)인 화양부인(華陽夫人)에게는 왕자로 이어갈 소생이 없습니다. 그러면 귀공을 포함해서 20명의 서출(庶出) 왕자 중에서 누구를 태자로 세울까요? 솔직히 말해서 귀공은 결코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건 그렇소만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오” “걱정 마십시오. 나에게는 천금(千金)이 있습니다. 그 돈으로 화양부인에게 선물을 해 환심을 사고 또 널리 인재를 모으십시오. 소생은 귀공의 귀국을 위해 조(趙)나라의 고관 대작들에게 뇌물을 주어서라도 손을 쓰겠습니다. 그리고 귀공과 함께 진(秦)나라로 가서 태자로 책봉되도록 전력을 다 하겠습니다” “만약 일이 성사되면 그대와 함께 진나라를 다스리도록 하겠소” 여불위는 자기 자식을 잉태한 애첩(愛妾) 조희(趙姬)를 자초에게 양보해 그를 완전히 손아귀에 넣은 뒤 재력과 능숙한 달변(達辯)으로 자초(子楚)를 태자로 책봉하는데 성공했고 자초는 왕위에 올랐다. 이 분이 장양왕(莊襄王)이다. 장양왕은 장사꾼 자초를 재상에 임명했으며 자초의 애첩인 조희(趙嬉)가 낳은 아들 정(正)은 훗날에 진(秦)나라의 시황제가 됐다. 장사꾼인 여불위는 기화가거(奇貨可居)를 이용해 인생 최고의 배팅에 성공한 것이다. ‘奇 : 기이할 기, 貨 : 재물 화, 可 : 옳을 가, 居 : 살 거’의 기화가거(奇貨可居)라는 말은 진귀한 물건을 사두었다가 훗날 큰 이익을 얻게 한다는 뜻이다. 장사꾼은 늘 이익에만 몰두하면서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기업에서는 매상 신장이 가장 중요하다. 경쟁에서 싸워서 이기려면 자세부터 진지해야 한다. 기업이 적자를 내는 것은 최악이다. 따라서 전 직원은 이런 최악이 없도록 혼신의 열정을 쏟아내야 한다. 개인의 경우 텅텅 빈 머리에서는 아무 것도 찾아낼 수 없다. 남보다 많은 지식을, 남보다 많은 경험을, 남보다 많은 생각을 해야 한다. 장사꾼은 남들이 예사로 넘길 사안이라도 여불위처럼 눈여겨 봐서 좋은 기회를 잡아야 한다.

한남일보  hannamilbo@hannam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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