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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신을 내쫓는 군주는 나라 망친다
권우상 명리학자·역사소설가

굴원은 초나라 왕족으로 초나라 희왕 때에 좌도(보좌관)에 임명됐다. 그는 학문이 높고 식견이 뛰어나 정치가로서의 자격을 충분히 쌓았다. 궁중에서는 왕의 상담역으로서 나랏일을 도모하고 외교면에서도 탁월한 식견을 가져 왕의 신임이 매우 두터웠다. 그런데 조정의 중신들 중에는 굴원을 시기하고 모함하려는 간신들이 있었다. 그 중의 한 사람인 상관 대부는 굴원을 죽일려고 기회를 노렸다. 어느날 굴원은 희왕으로부터 법령의 초안을 만들라는 명령을 받았다. 초안이 거의 완성될 무렵, 상관 대부가 찾아와서 초안을 강제로 왕에게 가져가려고 해 이를 거부하자 그는 왕에게 이렇게 말했다. “왕께서는 법령을 작성할 때 언제나 굴원에게 명하십니다. 그런데 그는 법령이 공포될 적마다 이것은 내가 만든 것이다. 내가 없으면 왕께서는 무엇 하나 마음대로 처리하지 못한다고 하고 떠들어 대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듣고 희왕은 매우 불쾌한 표정이었다. 그 뒤로부터는 왕은 굴원을 가까이 하지 않게 되자 굴원은 몹시 화가 났다. 왕은 모략 중상이나 아첨을 받아들이고 신하들이 건의해도 옳고 그름을 간파하지 못했다. 간신들이 나라를 독차지 하고 옳은 의견이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이리해 굴원에게는 우울한 나날이 계속됐다. 이 견디기 힘든 일을 <이소>의 시 한 편에 털어놓았다. ‘이소’란 ‘우수에 부닥친다’는 뜻이다. 하늘은 사람의 시초이며 부모는 사람의 근본이라고 한다. 사람은 궁지에 몰렸을 때 자기를 낳은 부모의 품으로 돌아온다. 굴원은 성심 성의껏 왕에게 봉사했으나 간신들의 이간책에 의해 왕으로부터 멀리 추방을 당했다. 그는 충성을 바쳤는데도 왕으로부터 의심을 받고 억울한 죄를 뒤집어 쓴 것이다. ‘이소’의 시는 이러한 억울한 생각에서 태어난 것이다. 굴원은 그 시에서 제곡을 찬양하고 은나라의 탕왕, 주나라의 무왕, 제나라의 환공의 업적을 노래하고 있다. 거기에는 숭고한 도적과 정치의 큰 길이 모두 기록돼 있다. 그의 문장은 짧지만 말하고자 하는 뜻은 커서 고매한 이상이 잘 우러나고 있다. 고결한 지조가 문장에 나타나 말의 하나 하나가 향기로 가득차 있다. 흙탕물 속에서 갇혀 있으면서 마치 매미가 그 껍질에서 벗어나듯 빠져 나와 진흙탕의 세계를 뒤로 하고 하늘 저쪽의 부유한 인물, 이것이야 말로 굴원의 모습이다. 굴원이야말로 이 세상의 더러움에 젖지 않고 자기의 깨끗함을 끝까지 지킨 사람이었다. 그때 굴원은 조정에서 쫓겨나 제나라에 가 있었다. 굴원은 조국에서 쫓겨난 뒤에도 조국을 염려하고 희왕을 걱정하며 초나라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기를 빌었다. 그는 왕이 잘못을 깨닫고 나라의 기풍이 세워질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희왕은 충신들을 내쫓고 간신들에게 둘러 싸였다. 조국을 떠나 타국에서 머리카락을 흩뜨리고 강변을 돌아다니는 굴원, 그의 얼굴은 초췌하고 몸은 고목처럼 수척해 있었다. 어부가 굴원에게 말했다. “당신은 삼려 대부(삼족을 통할하는 관직)가 아니십니까? 왜 이런 곳에 계시온지?” “세상이 모두 혼탁한데 나 홀로 맑다. 모든 인간들이 어둠에 잠들어 있는데 나 홀로 깨어 있다. 그래서 쫓겨난 것이다” “세상의 사물에 구애받지 않고 세상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것이 성인의 사는 방법이라고 들었습니다. 세상이 어지럽다면 어째서 그 흐름에 몸을 맡기시지 않습니까? 모든 인간이 모두 취해 있다면 어째서 술이라도 마시고 스스로 취하시지 않습니까?” “세수하고 몸을 씻은 다음에는 모자의 먼지를 털고 의복의 먼지를 털어 입는다고 하지 않는가. 나는 깨끗한 몸을 결코 더럽힐 수는 없다. 그런 짓을 할 정도라면 강물에 몸을 던져 죽는 편이 낫다. 어찌 더러운 세속에 몸을 던질 수 있단 말인가” 굴원은 돌덩이를 품에 안고 강물에 몸을 던져 죽었다. 그뒤 초나라는 진나라에 멸망했다. 충신 성충을 내쫓은 백제 의자왕도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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