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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과로사 대책 합의 비용을 소비자에게 떠넘기지 마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가 지난 21일 1차 합의문을 타결했다. 이에 따라 오는 27일 파업을 예고했던 전국택배노조가 파업 계획을 철회해 ‘택배 대란’ 우려가 해소됐다. 노·사·정은 이번 합의에서 속칭 ‘까대기’라 불리는 택배 분류작업의 책임을 회사가 지도록 명문화했다. 그동안 ‘공짜노동’으로 불리는 분류작업은 택배 근로자의 과로를 유발하는 주된 원인으로 꼽혀왔다. 분류작업은 택배사가 전담하고,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심야 배송을 제한하는 정부의 중재안에 극적 합의하고 총파업을 철회하면서 설날 택배 대란을 피할 수 있게 됐다. 특히 합의안에는 택배 운임 현실화 추진이 포함돼 현재 평균 3000원 수준인 택배비의 인상이 불가피해지면서 소비자가 이를 떠안게 됐다.

문제는 이런 합의를 실행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든다는 점이다. 택배사들이 분류인력 투입에 따른 추가 인건비와 자동화시설 투자비를 감당하려면, 또 택배기사에게 근로시간을 줄이면서도 소득을 보전해주려면 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쿠팡 배송기사의 경우, 정규 직원으로 취업해 주 5일제, 주 52시간 근무를 지키며 일을 하지만 수입은 개인사업자 형식으로 근무하는 일반 택배기사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행에 따라 택배종사자 몫이라고 주장하는 택배사와 과거와 달리 물량이 증가한 만큼 업체에서 해결해줘야 한다는 노동계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 한때 회의는 결렬 위기까지 맞았다.

그러나 택배사가 분류 작업의 전담인력을 투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택배노동자가 불가피하게 분류 작업을 하게 될 경우, 그 비용을 택배사가 부담하는 방식으로 최종 합의가 이뤄졌다. 소비자에 인상되는 택배 비용을 전가할 가능성이 커 완전한 합의라고 볼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계에는 이 또한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책은 향후 2차, 3차 합의를 통해 이뤄야 할 숙제다. 이것이 무조건적인 택배 요금 인상이나 택배 근로자 실질 임금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택배사가 노력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한남일보  hannamilbo@hannam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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