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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침드라마 작가라면 이 내용은 꼭 넣고 싶어요”
김응찬 광양경찰서 수사과 사이버팀 경사

흰머리가 잔뜩 있는 손질 안 된 파마머리에 키는 160㎝가 안 돼 보이는 허리 굽은 아주머니가 나에게 휴대전화를 보여주는데 그 손이 덜덜 떨린다. 어디에 앉아야 할지, 무엇을 말해야 할지도 모른다. 나도 이제 수사 경력이 쌓였다고 아~ 또 한 분이 당하셨구나. 무서워서 혼자 오지도 못했단다. 옆에 비슷한 나이대 꽃무늬 티셔츠를 입고 “아이고 어찌 까나. 이 쳐 죽일 놈들”을 연발하는 아주머니도 있다. 조사실로 안내하고 일단 미지근한 물을 한 잔 드렸다. 자~ 진정하시구요. 무슨 일을 당했는지 이미 어느 정도 짐작은 가지만 물어본다. “어떻게 오셨어요?”, “딸내미가 도와달라고, 휴대폰이 고장 났다고 돈 보내달라고 카톡으로 말을 걸어서 보내줬는데 나중에 딸이 그런 사실이 전혀 없대요. 5000만 원인데 저는 어떻게 하면 좋아요”, “증거자료는요?”, “없어요. 휴대폰 보니까 카톡이든 문자든 다 지워졌더라구요”, “오메 어찔까. 넘겨준 개인 정보는요?”, “운전면허증이고 카드번호고 비밀번호고 다 알려줬지요. 딸이 급하다는데 어떻게 해요” 그렇다. 이게 요즘 그 유명한 일명 ‘메신저 피싱’이다. 모든 범죄자가 나쁘다지만 자식 일에는 앞뒤 안 가리는 부모의 마음을 이용하고 또 뼛골까지 빼먹는 메신저 피싱이야말로 악질 중의 악질이다. 수법은 진화됐다. 우선 카톡이나 메신저로 자식을 사칭한 다음 원격제어 앱 ‘팀뷰어’를 깔게 한다. 이어 개인 정보를 하나씩 넘겨받아 피해자 명의 계좌에서 돈을 다 빼서 새로 만든 피해자 명의 계좌로 옮기고 다시 제3자의 계좌로 인출한다. 또한 피해자가 보험 가입한 것들이 있으면 해약해서 일시불로 지급받고 심지어 보험 약관 대출까지 받아 챙긴다. 이게 끝이 아니다. 피해자 명의로 별정 통신사 여러 곳에 휴대전화 가입을 해서 다른 메신저 피싱 범죄에 이용하고 단말기도 따로 챙긴다. 모든 것을 동원해서 탈탈 털어간다. 진짜 속상한데 잡고 싶다. 그런데 사전에 미리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메신저 피싱 근절을 위해 공공기관 홈페이지, 지역 카페, 페이스북, 길거리 전광판 등에 게재하고, 팸플릿을 들고 거리로 나서봤지만 역부족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맞다. 우리 엄마가 욕하면서도 맨날 챙겨 보는 아침드라마!! 여기 에피소드로 넣으면 엄청난 홍보효과가 있지 않을까. 내가 만약 드라마 작가라면 이 내용은 꼭 넣고 싶다. 제발 더 이상은 당하지 마라고!!

한남일보  hannamilbo@hannam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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