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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 무진정 낙화놀이 3년 만에 열려흩날리는 불꽃 송이…마음을 놓다

이달 초 첫 방영된 KBS 드라마 ‘붉은 단심’ 1회 엔딩에는 함안 무진정 낙화놀이를 배경으로 찍은 촬영분이 방송됐다.

무진정 영송루로 연결된 다리에서 극중 주인공인 두 배우가 재회하는 장면이었는데 낙화놀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그 장면은 방송 후에도 화제를 모았으며, 코로나19로 지난 2019년 이후 중단됐던 낙화놀이 불꽃축제가 다시 열려 낙화놀이를 기다렸던 지역주민과 관광객의 호응을 얻었다.

함안낙화놀이

■3년 만에 개최된 함안낙화놀이

함안낙화놀이는 숯 가루를 이용해 만든 낙화봉을 매달아 불을 붙여 놀던 전통 불꽃놀이로 조선 선조 때 함안군수로 부임한 한강 정구가 군민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해 매년 사월 초파일 개최했다고 전한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때 중단됐으나 1960년 사월 초파일 괴항마을 청년회에 의해 재연됐다.

낙화봉 제작

낙화놀이에 사용되는 참나무 숯 가루를 광목 심지 한지에 싸서 만든 낙화봉 3000여 개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들기 때문에 준비과정부터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다.

낙화놀이는 조삼(趙參) 선생이 1528년 직접 지은 정자로 울창한 고목이 어우러진 무진정에서 열리는데 연못에서 뗏목을 타 낙화봉 하나하나에 불을 붙이면 바람의 강약에 따라 떨어지는 불꽃이 장관을 이룬다.

낙화봉 점화가 시작될 때 불꽃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하자 곳곳에서 탄성이 새어 나왔다.

불꽃이 절정에 이르자 아이부터 청년, 노인 등 다양한 연령대의 관광객들은 “예술이다!”, “발레 춤을 추는 것 같다”, “몇 년 전 봤을 때 보다 더 아름답다”, “불꽃이 살아 움직여 춤을 추는 것 같다”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특히 이날은 바람이 많이 불어 불꽃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이 마치 파도가 밀려오는 것처럼 보였는데 그때마다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렸으며, 낙화놀이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함안화천농악, 함안국악관현악단, 함안읍성민속선양회의 가야금, 대금 등의 공연이 함께 진행돼 정취를 더했다.

무진정
괴항마을

■무진정·성산산성 품은 괴항마을

괴항마을은 낙화놀이가 이뤄지는 무진정과 성산산성이 인접해 있다.

주세붕 선생의 기문에는 “맑은 바람이 저절로 불어와 밝은 달이 먼저 이르며, 반걸음을 옮기지 않아도 온갖 경치가 모두 모였으니 진실로 조물주의 무진정이라 하겠다”는 구절이 있다.

무진정은 사계절 풍경이 모두 아름다워 지역 주민뿐 아니라 인근 도시에서도 많이 찾는다.

주말을 맞아 부산에서 사진촬영을 온 조정훈 씨는 “부산과 가까워서 지난해 처음 방문한 후 계절이 바뀔 때마다 찾는다”며 “악양둑방과 악양루에 들렀다가 무진정은 산책하면서 사진 찍기에도 좋아서 방문했다”고 말했다.

성산산성은 신라시대 축조된 석축산성으로 현재 문지와 성벽의 일부가 남아있어 명문 목간 등의 중요 유물이 대량 출토됐으며, 지난 2009년 5월에는 700년 된 연꽃의 씨앗을 수습해 꽃을 피웠는데 ‘아라홍련’이라 이름을 지었다.

성산산성에 올라 내려다보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최종 결정을 앞둔 말이산고분군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성산산성을 오르는 길은 낙화놀이 전수관 옆길로 가는 길 외에도 괴항마을에서 올라가는 대나무 숲길도 있는데 십여 분 남짓이면 오를 수 있어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

이달부터는 ‘작은 지구 괴항마을에서 하루를’ 프로그램이 舊괴산재, 성산산성 일대서 운영되며, 성산산성 에코티어링, 생태해설, 곤충 극장 등으로 구성돼 마을공동체 단위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진다.

살롱 드 괴항 근대의상

■근대의상 체험장…낙화놀이 영감받은 전시공간

괴항마을 주민으로 구성된 함안괴항낙화마을협동조합에서는 근대의상 체험장인 ‘살롱 드 괴항’을 매주 주말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무진정에서 도보로 3분 거리에 있어 근대의상과 생활 한복, 액세서리 등을 대여해 무진정 일대를 걸으면서 드라마 속 주인공이 돼 볼 수 있는 기회로 ‘살롱 드 괴항’ 맞은편 전시공간에서는 실제 낙화봉과 함께 낙화봉 제작 과정 등을 담은 사진과 낙화놀이에 영감을 받은 창작자의 설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는 지난 2020년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작가들이 괴항마을 일대 ‘낙화 마을, 미로(美路), 속으로 이끌림(林)’이라는 주제로 참여해 완성했으며, 전시관을 나와 천천히 걸으면서 마을 일대 조성된 벽화와 야외 조형물 등도 함께 감상해보자.

■“마법 같은 밤이다!”…외국인도 감탄

함안군은 올해 처음으로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낙화놀이를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이 밖에 유튜브에는 무진정 낙화놀이를 배경으로 촬영한 드라마 편집본과 1박 2일 방송 편집 영상 등을 볼 수 있는데 설명을 들은 후 영상을 본 외국인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독일 베를린에 거주하는 호마 씨는 “마법 같은 밤으로 떨어지는 불꽃이 마치 별과 은하를 연상하게 한다”며 “호수 위로 별이 빛나 떨어지는 것 같아 바라보면 모든 소원이 이뤄질 것 같다”고 밝혔다.

호주 애들레이드에 거주하는 마이클 씨는 “몇 분이 아니라 2시간 동안 불꽃이 탄다는 점이 매우 놀랍다”며 “만약 현장에서 직접 불꽃놀이를 봤다면 더 감명받았을 것 같다”고 전했다.

중국 심천에 거주하는 진원 씨는 “오래전에 어떻게 신비한 순간을 만들었을까 놀라우면서 불꽃놀이의 재료도 시간을 들여서 손수 만든다는 점에서 한국이 전통을 잘 지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심천에서도 명절에 불꽃축제를 열지만 함안의 불꽃축제는 더 아름답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몇 년간 해외여행을 못했는데 역사도 알아보면서 현장 체험도 해보고 싶어 조만간 꼭 함안을 방문하고 싶다”고 전했다.

세계적으로 다양한 불꽃축제가 열리지만 함안의 불꽃축제는 재료부터 다른 불꽃놀이와 차별성이 있는데 함안 낙화놀이는 독자성을 인정받아 지난 2008년 경남도 33호 무형문화재로 지정됐으며, 낙화놀이용 낙화봉 제조 방법은 2013년 특허를 취득했다.

낙화놀이가 하루빨리 국가문화재로 지정돼 국내·외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길 바라며, 함안군은 낙화놀이를 비롯해 함안의 우수한 전통문화를 보존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추봉엽 기자  cby@hannam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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