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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경찰서에서 한 참 이상한 토론회이춘모 칼럼

얼마 전에 진해경찰서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습니다. 내가 특별하게 죄 지은 일도 없는 것 같은 생각에 나를 찾는 이유를 물어 보았습니다. '주민과 함께하는 지역치안 토론회'를 개최 한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지역시민단체대표로 참석해서 경찰에 대한 쓴 소리를 해달라는 부탁을 하는지라 특별히 거절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었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최근 들어 법 집행에 적극적이지 못한 경찰행정에 대한 불만도 있던 터라 참석을 약속하였습니다.

대체로 토론(討論)이란 어떤 주제에 대하여 여러 사람이 각각의 의견을 말하여 논의하는 것을 말 합니다. 당연히 지역 주민들이 지역치안에 대한 문제나 경찰행정에 대한 문제점들을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자리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얼마 전에 트위터에 올라온 동영상을 보고 내가 너무 흥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하철에서 어느 30대 초반의 청년이 80이 넘어 보이는 노인이 발깍지를 풀고 앉으라는 요구를 했다는 이유로 막무가내로 흥분해서 마구 욕설을 하며 덤벼드는 장면이었습니다. 사회적 기본과 틀이 무너진 이유를 분석하고 토론할 필요가 있습니다. 얼마 전에도 지하철 막말녀 사건을 촬영한 동영상이 인터넷을 타고 올라 왔던 기억이 오버랩되면서 더욱 화가납니다.

모두가 함께사는 세상에서 서로 동의할 수 있는 수준의 기본이나 상식이 통하는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의 법을 지키는 일선 사법기관인 경찰관 파출소의 기물까지 부수고 난동을 부리는 황당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경찰관 스스로 자신의 지문을 찍고 공문서를 위조하는 일까지 벌어지는 한심한 세상입니다. 사회적 변화의 원인을 분석하고 토론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경찰(警察)은 사회의 일반적인 법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정부의 행정 활동, 또는 그러한 목적을 위해 조직된 국가 기관입니다. 그리고 나라의 법을 지키고 수호하는 사법기관의 최 일선기관이기도 합니다. 국가기관의 우월한 의사의 주체로서 국민에 대하여 명령하거나 강제하는 공권력(公權力) 행사를 국민들로 부터 위임받은 법률적 기관입니다. 또한 국민들은 경찰에게 법 질서의 확립과 함께 공공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회적 가치를 지키고 수호할 의무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제방은 작은 구멍에 물이 새면서 무너질 수 있습니다. 내가 지역치안이 차지하는 중요한 의미와 기초질서나 도덕적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일제강점기의 순사는 절대 권력의 대명사로 우는 아이도 그치게 하는 위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민주경찰은 힘으로 지배하는 절대 권력이거나 비논리적 방법으로 국민을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이제는 사회적 구조가 법과 논리가 지배하는 사회로 가는 민주화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민주화된 사회에서 국민들의 인권은 더 소중한 가치입니다. 그러나 개인의 인권보다 더 소중한 공공의 가치도 분명히 있기 마련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토론회에 참석했고 진해경찰서장을 비롯해서 간부들도 모두 참석했습니다. 공정하고 객관적 토론을 진행한다고 창원대학교 행정학과 안성숙 교수를 사회자로 모시고 토론을 진행합니다. 진해경찰서 간부들과 시민들이 마주 보도록 마련한 좌석 위에는 미리 예쁜 선물들도 준비를 하고 빔 프로잭트로 지역 치안현황을 브리핑하면서 토론이 진행되었습니다. 예전에 어디서 많이 보던 것 같은 행정기관의 규격화된 전형적인 토론회장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모처럼 경찰서에서 시민단체대표들을 불러서 쓴 소리를 듣겠다고 자청하는 토론회에 대한 너무 큰 기대가 문제였던 모양입니다. 지역의 각 통반장님을 중심으로 경찰 외각 단체장들 모두를 페널로 모시고 토론회가 진행 됩니다. 조금 이상한 것은 질문내용을 미리 제출하고 답변을 준비해서 낭독하는 이상한 토론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형식적인 토론회 진행방법도 문제지만 한결같은 의견은 방범용 CCTV를 골목마다 설치해 달라는 건의를 하면 경찰은 예산이 없다는 예산타령을 하는 민원성 의견으로 말을 맞춘 지리한 토론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나는 토론회가 진행되는 중간에 토론회의 진행방법이나 주제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지만 막무가내로 토론회는 준비한 순서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 시간쯤 지나자 참석자들이 창원시청 통반장 모임에 참석해야 한다 는 이야기로 웅성이자 그만 토론회는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참 이상한 토론회 입니다. 진해경찰서의 참 이상한 토론회는 어쩌면 급박하게 변화하는 사화적 변화에 미처 적응하지 못한 경찰이 항상 틀에 박힌 일정한 방식이나 태도만 고집하는 매너리즘(mannerism)에 빠저서 변화를 거부하는 경찰의 참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씁쓸했습니다.

법과 원칙을 지키고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수호할 의지마저 잃어버리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경찰의 매너리즘(mannerism)은 사회의 기본과 틀 마저 무너트리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범죄현장에 경찰이 얼마나 빨리 출동하느냐 하는 문제가 경찰의 전부는 아닙니다. 그리고 민주경찰은 힘의 논리로 지배하는 절대권력도 아닙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경찰은 최소한 사회적 구조가 법과 논리가 지배하는 사회로 가는 길목을 지켜야 할 분명한 의무가 있습니다. 시대가 요구하는 대한민국의 경찰은 사회의 기본과 구조적 틀을 지키려는 확고한 의지와 변화가 필요합니다.

한남일보  hannamilb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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