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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 그리고 ‘광야에 와서’이금숙 / 동량 처마문학회 회장

얼마 전 중국 연변 땅 연길시에서 제1회 연변 청마문학상 시상식이 있었다. 청마가 북만주로 간지 70년 만에, 당시 절망을 노래하며 썼던 시 ‘광야에 와서’가 어느 소녀의 낭랑한 음성으로 연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메아리 되어 되돌아오기까지 청마는 그곳 사람들에게 까마득한 기억의 저편에 잠들어 있었다.

지난해 5월 청마기념사업회가 제1회 청마북만주 문학기행을 계획할 때도 올 해 이곳 연변에서 청마문학상 시상식을 하리란 예상은 하지 못했다. 거제에서 청마문학제를 시작한지 겨우 3년째 되는 해에 먼 이국땅 중국에까지 청마를 알린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문학기행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중국의 동포시인들을 만났고 그들 면면에서 청마의 시를 기억하는 시인들이 있음을 확인했다.

연변과 하얼빈의 동포 시인들이 한국의 많은 시인들 가운데 유독 청마를 기억할 수 있었던 것은 청마가 북만주에서 시작활동을 했던 시인이어서였다. 청마는 그렇게 연변 시인들에게, 연변 학생들에게 알려졌고 청마의 시‘수’가 친일시가 아님을 조목조목 따져서 발표도 했다.

지난해 10월 제3회 청마문학제 기간에 한국을 방문한 연변시가학회 김영건 회장과 최용관 고문의 청마에 대한 애정은 다녀 간지 9개월 만인 지난 7월 7일 연길시 백산호텔 신라월드대연회장에서 제1회 연변 청마문학상 시상식과 청마 시 낭송대회라는 모습으로 되살아났다.

5명의 청마문학상 수상자들의 작품도 작품이지만, 21명의 청마의 시를 낭송한 학생들과 시민, 아나운서들의 낭송 실력은 한국의 청마 시낭송자들을 능가하는 수준급이어서 더욱 놀라게 했다.

하얼빈 연수현에서 6년간 생명의 시혼을 노래한 청마의 시는 이번 문학상 시상식과 시낭송대회를 통해 동북 3성의 전 문화매체에 알려졌다. 청마의 ‘광야에 와서’ ‘행복’ ‘바위’ ‘너에게’ ‘춘신’ ‘행복은 이렇게 오더이다’ ‘깃발’ ‘나무의 노래’ ‘바닷가에서’ ‘저녁놀’ ‘바람에게’ ‘생명의 서’ 등 주옥같은 12편의 시는 앞으로 연변시민들과 학생들에게 널리 암송되는 시가 될 것이다.

현재 연변에는 지용문학상, 윤동주 문학상, 심현수 문학상이 제정 시상되고 있다. 연변시가학회는 청마문학상이 연변의 으뜸가는 문학상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노라 했고, 유족들도 행사후원을 계속하겠노라 했다.

아마도 내년에는 하얼빈에서 제2회 연변 청마문학상 시상식을 할지 모르겠다. 제2회 청마북만주 문학기행을 다녀 온 동청 임원들과 유족대표단은 이렇게 청마의 시혼을 연변에 알리도록 한국에서 도와준 삼족오 통신과 대구의 서지월 시인에게도 고마움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올해 9월 23일 24일 양일간 제4회 청마문학제가 거제 둔덕골에서 열린다. 거제에서 한국문단의 거목인 청마를 알리는 이 문학제에 연변 시인들의 관심이 지대하다. 뒤늦게 왜 연변의 시인들이 청마에 관심을 갖는지는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의 ‘힘 있고 깊이 있는 남성적인 시어 때문’이라고 했다. 청마의 삶과 문학적 철학이 연변 시인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었다고 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 해 시상식에서 만난 연변 시인들의 녹록지 않은 내공에 놀라기도 했지만 나름 최고의 문학행사로 진행하고자 하는 시가학회 시인들의 마음 씀씀이가 더욱 고맙고 감사했다.

일각에서는 동북 3성의 연변 시인들에게 너무 많은 문학상이 난립하지 않겠느냐 우려도 했지만 중국에서 거제를 알리고 청마를 알리는 행사로 이보다 더 큰 홍보는 없으리라 본다.

돌아오는 길에 거제에서 시낭송대회를 열자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청마 시낭송대회를 추진해 볼지는 심사숙고해야 할 문제이다. 그리고 이에 따른 예산문제도 고민해야 될 것이다. 연변에서 추진하는 문학상 시상식이 더 나은, 더 수준 높은 문학상이 될 수 있게 그들에게도 숙제를 남겨놓고 왔다.

청마는 우리 거제가 우려먹을 수 있는 최대의 문학적 유산이자 관광자원이다. 청마의 시 ‘광야에 와서’가 북만주 동북 평원의 절대적 현실을 그렸다면 ‘거제도 둔덕골’은 거제의 고향을 향해 쓴 시이다.

유족들의 후원으로 연변 청마문학상이 걸음마를 시작 했지만 앞으로 남은 많은 문제들을 풀어내기 위해서는 거제시와 시민들과 문화예술인들의 마음이 모아져야 한다. 우리가 연길의 하늘을 기억하며 청마의 시혼을 알렸던 그 감동처럼 가슴으로 느껴보는 순수의 마음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

한남일보  hannamilb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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