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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과 평창고봉진의 에세

“하늘은 회색이었고 불투명하게 두꺼웠다. 공기는 물기에 가득 차 있었고 무겁고 척척했다.” 1955년 10월 뮌헨 공항에 내렸을 때를 전혜린은 그렇게 표현했다. 시내로 들어와 앞으로 다녀야 할 뮌헨대학교 사무국을 찾아가 벽에 붙은 광고를 보고, 학교까지 걸어서 5분 거리라는 조건을 만족시키는 동네, 쉬바빙(Schwabing)에 기거할 방을 정하고, 그녀는 오후 5시경 다시 거리로 나섰다.

 “제복 입은 할아버지가 자전거를 타고 좁은 돌길 양쪽에 서 있는 고풍 그대로의 가스등을 한등 한등 긴 막대기를 사용하여 켜가고 있었다. 더욱 짙어진 안개와 어둑어둑한 모색(暮色) 속에서 그 등이 하나씩 하나씩 켜지던 광경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짙은 잿빛 베일을 뚫고 엷게 비치던 레몬 색 불빛은 언제까지나 내 마음 속에 남아 11월 중순이 되자 뮌헨에는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전혜린은 “눈이 와도 무섭게 왔다. 세워둔 자동차가 눈에 폭 파묻혀 안 보이게 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고, “때로는 눈이 멎고 다시 영원한 뮌헨의 하늘빛인 회색 구름장이 덮이거나 안개비가 촉촉히 내렸다”고도 했다. 흑백 외에는 색깔이 없는 세계에서 “짙은 안개를 들이마시면서 나는 새파란 하늘을 그리워했다. 감나무나 대추나무를 꿈에 그렸다” 고도 고백한다. 그러한 날씨의 뮌헨에서 전혜린은 학교를 다니고 도서관에서 책과 씨름하고 고독과 싸운다.

뮌헨은 1945년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에 패한 후 미군이 점령해서 군정을 편 지역에 속했던 곳이다. 전혜린이 도착을 했을 때는 이미 미, 영, 불 3개국 점령지역만으로 ‘독일연방공화국’ 즉 ‘서독’이 성립되어 주권이 회복된 뒤였지만, 뮌헨은 원래 자유분방한 도시 분위기에 미군이 지니고 와서 뿌린 개인 위주의 미국문화까지 융합되어, 젊은 학생들과 예술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정신적인 해방구가 되어 있었다. 전혜린은 차츰 뮌헨에, 특히 자기가 살고 있는 쉬바빙에 매혹되어 간다. 뮌헨에 와서 처음 이용한 동네 식당 제로제(Seerose)를 사랑하게 되고, 그 음식점이 보통 음식점이 아니라 예술가들의 집합소인 것도 알게 되고 뮌헨 맥주의 맛도 알게 된다.

전혜린은 4년간의 독문학 학사과정을 마치고 1959년 귀국한다. 그리고 유학을 떠났던 해로부터 만 10년째가 되는 1965년 끊임없이 자기 실현을 추구하는 자기 스스로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그녀는 돌연 서른하나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고 만다. 치열했던 그녀의 삶의 기록이 세대를 이어가며 등장하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읽히면서 뮌헨은 그들에게 한없이 매력적인 도시가 되었다.

그 뮌헨을 제치고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되었다. 다른 후보지였던 프랑스의 안시는 알프스 산맥 기슭의 아름다운 관광도시라는 매력은 있지만, 주민들이 동계올림픽으로 자연이 훼손되는 것을 반대하고 있어 별 위협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뮌헨은 달랐다. 1972년 하계올림픽을 개최했던 곳이고 1974년 FIFA 월드컵 개최 도시 중 하나였으며, 2006년 월드컵의 개막전이 열린 곳이었다. 비록 하계올림픽은 팔레스타인 테러 단체인 ‘검은 9월단’에 의한 참사로 얼룩진 대회가 되었지만, 대회 운영 능력은 탁월했던 것으로 평가 받았었다. 또 뮌헨은 인구가 130만 명을 상회하는 문화예술의 도시로 민속축제인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는 매년 지역내외 참여자 600만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한 군중 동원능력은 동계올림픽 유치에도 아주 유리한 조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IOC위원들은 개최지 결정 투표에서 뮌헨에 25표밖에 지지표를 주지 않고 평창에 63표라는 몰표를 몰아주었다. 그 압도적 승인이 어디 있었는지 여러 가지로 분석해 볼 수 있지만, 한마디로 상징적인 표현을 한다면 ‘한·EU FTA’체결 효과라고 할 수 있다. 대등한 입장에서는 기회가 균등히 주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큰 설득력을 갖는다.

이제 대회를 완벽하게 치를 인프라 구축과 함께 우수한 선수를 육성해야 한다. 세계에서 몰려올 참관인들에게 평창이 어떤 부가적인 매력을 선보여야 할지 지금부터 모두가 고민을 해야 할 때다.

한남일보  hannamilb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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