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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대통령 별장' 헐고
윤이상 '통영국제음악당' 탄생
도내 1호 호텔 40여년 동안 자리지켜
충무 관광호텔 '여름청와대' 별칭도 한려개발 경영난 역사속으로 사라져

   
충무관광호텔 전경사진
통영시 도남동 1번지, 경상남도 1호 호텔인 충무관광호텔이 40여 년 동안 자리를 틀고 있는 자리이다. 한산 앞 바다의 절경을 내려 보는 언덕에 위치한 이 호텔은 가히 통영 제1의 명당을 차지했다 할 만하다.

16실의 양실과 34실의 한실을 갖춘 3층 규모의 충무관광호텔은 한 때 박정희 대통령 등 쟁쟁한 거물급 정치인의 단골 숙박지로 이름 높은 곳이었다.

100여m에 이르는 진입로 양편으로 늘어선 야왜나무와 종려, 동백 등 수목들과 잘 다듬어진 정원은 아직도 옛 명성을 말해주고 있다.

하지만 40여년이 지난 지금, 충무관광호텔은 내년 2월 철거를 기다리고 있는 신세다. 대신 이 자리에는 윤이상 선생을 기리는 통영국제음악당이 들어설 예정이다.

한때 박정희 대통령의 별장으로 애용되던 ‘충무관광호텔’과 윤이상 선생을 기리기 위해 들어서는 ‘통영국제음악당’. 이 두 건물은 ‘박정희’와 ‘윤이상’이라는 극과 극의 인물이 오버랩 되면서 역사의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있다.

   
충무관광호텔 마크
▲박정희 시절엔 ‘여름 청와대’란 별칭으로

충무관광호텔은 1971년 7월15일 처음 문을 열었다. 경남에서는 첫 번째 들어선 관광호텔이었다. 창업자는 고 서정귀(徐廷貴, 1919~1974)씨.

통영에서 태어나 대구사범학교와 경성법학전문학교를 졸업한 서씨는 4대와 5대 통영군 국회의원(민의원)을 지낸 정치인 출신이었다.

박정희 대통령과 대구사범학교 동기였던 서씨는 박 대통령이 정권을 잡을 때 쯤 정계를 떠나 실업가의 길을 걸었다. 1964년 국제신보 사장을 시작으로 1966∼1968년 흥국상사 사장, 1970년 호남정유 사장 등을 거치며 당시 우리나라 경제계의 대부로 군림했던 인물이다.

그런 서정귀 대표가 고향인 통영을 위해 세운 회사가 한려개발이었고 첫 사업이 충무관광호텔 건립사업이었다. 한려개발은 호텔사업 외에도 여수∼부산 뱃길에 엔젤호를 띄우는 등 한려수도 관광사업을 활발히 진행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육상교통이 불편했던 통영에 경남 1호 호텔이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은 호텔보다는 박 대통령 별장의 성격이 더 두드러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충무관광호텔은 설계에서부터 대통령 별장으로 이용될 것을 염두에 두고 지어졌다. 박 대통령의 숙소였던 201호실을 별도로 설계했으며 이 방의 인테리어는 무궁화마크가 찍힌 수제가구로 꾸며졌다. 또 그릇과 수저 등 대통령이 사용하는 모든 집기는 별도로 관리됐다.

이 때문에 당시 충무관광호텔은 ‘여름 청와대’라는 별칭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박대통령 일가 외에도 당시 정계의 쟁쟁한 거물급 인사들이 이 곳을 자주 찾다보니 웬만한 간판으로는 방 구하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대통령 경호실에 근무할 당시 이 곳에 묵으려다 퇴짜를 맞은 일화나 최규하 전 대통령이 자신의 하야방송을 이 곳에서 들었다는 일화 등은 아직도 유명하다.

또 이후락 전 중정부장이 제5공화국 출범과 함께 권력형 부정 축재자로 몰린 직후 찾은 곳도 이곳 충무관광호텔이었다. 이씨는 약 6개월 동안 이곳에서 은둔한 채 재기를 도모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텔 자리엔 윤이상 기리는 음악당

   
충무관공호텔.

하지만 여름 청와대라던 충무관광호텔의 명성도 박정희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점차 빛을 바래기 시작했다. 여기다 서정귀 대표의 별세 이후 호텔을 증축하고 돌고래 쇼장과 케이블카 등을 시설해 도남동 일대를 초대형 관광단지로 만들겠다는 한려개발의 청사진도 사그라들고 말았다.

급기야 1998년 IMF의 여파로 한려개발이 경영난을 겪으면서 충무관광호텔은 한국토지공사에 소유권이 넘어갔으며 지난 2007년에는 통영시가 다시 토지공사로부터 호텔 건물과 부지 5만1천087㎡를 152억6000만원에 매입했다.

시는 이 호텔을 철거하고 480억원을 들여 2012년까지 통영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1917~1995) 선생을 기리는 음악당을 건립할 계획이다.

당초 통영시는 도남동 충무관광호텔을 헐고 이미 확보된 예산 480억에 국비 500 도비 500 등 1000억원을 더 구해 세계적 수준의 음악당을 건립하려고 계획했었다.

진의장 통영시장은 "윤이상 선생의 고향에 음악당을 짓는 것인 만큼 세계적인 랜드마크가 되도록 해야 한다"며 세계적 건축가인 프랭크 게리에게 음악당 설계를 맡기기 위해 2007년과 2008년 2월 두 차례 미국으로 건너가 그를 직접 만나기도 했다.

경남도도 적극 지원에 나섰다. 김태호 지사는 지난해 10월 이명박 대통령이 도를 방문했을 때 500억원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 정부 출범이후 일부 우익단체에서 윤이상 선생이 1967년 동백림(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그의 이름을 딴 음악당 건립예산 지원에 반대하는 등 정국의 변화로 시의 계획은 급하게 쪼그라들었다.

결국 통영시는 이미 확보된 480억 만으로 콘서트홀 1300석과 리사이틀 홀 300석을 갖춘 지하 1층, 지상 3층짜리 음악당을 2012년까지 짓기로 하고 이름도 윤이상음악당이 아닌 통영국제음악당으로 바꾸기로 했다. 시는 내년 2월부터 충무관광호텔 철거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김성호 기자  ksh@hannamilbo.com

<저작권자 © 한남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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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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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영의 자랑 2009-12-24 04:08:55

    진의장 시장은 무엇을 위해 새로운 건물을 지으려 하는가? 음악당??? 480억의 세금으로 그것도 통영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2012년까지 새건물을 짓겠다?? 뒷감당은 어찌하실지 계획은 하셨는지? 일단 480억으로 건물만 뚝딱 지을심사는 아닐런지?
    이런데 투자할 돈이 있으면 정말 눈에 보이는 정치가 아닌 통영시민을 위한 정치를 해주길 바란다.   삭제

    • 자연경관 2009-12-23 23:54:57

      설계 되었을때 부터 자연친화적으로 지어졌다고 기사에서 읽은것 같은데,
      세계적 대세는 멋진경관에 큰 건물을 짓는게 아니라 얼마나 자연과 조화되었는지의여부
      에 있습니다.그런의미에서 옛날에 설계되었지만 충무관광호텔은 굉장히 훌륭하다고생각
      합니다.제가 여름마다 가는 그곳이 계속 그곳에 있기만을 바랄 뿐이네요   삭제

      • 통영사랑 2009-12-23 12:53:33

        통영시민으로써 보다더발전되고볼거리즐길거리가많아진다면좋은일이겠죠.
        음악당사업은 오래전부터 들은얘기지만 그렇게많은예산을들여 건립후
        과연그만큼의수익성을창출할수있을까요?
        시민문화회관도 사실음악제빼곤그다지유용하게사용하지못하는거같은데...
        차라리외국처럼 오랜전통있는호텔을 현대식과조합해 리모델링하고 그주변은관광객뿐만아니라 시민들도즐길수있는 문화공간으로만들었음하네여..   삭제

        • 아니저런 2009-12-23 12:01:48

          제가 여름철에 자주갔던 충무관광호텔이 이렇게 깊은 역사와 사연이 있는줄 전혀
          몰랐었네요.기자님 아니었으면 많은 에피소드들 다 모를뻔했어요....
          알고나니 충무관광호텔 저자리에 꼭 계속 있어줬으면 하는 바램을 해 봅니다.
          음악당이야 서울에 좋은곳 얼마든지 많은데 굳이 480억이란 작은 돈을 들여서
          얼마나 잘 지어질수 있을지 생각해 보게 되네요.   삭제

          • 욕심 2009-12-22 09:53:24

            무엇이 진실인지 시민은 알 권리가 있습니다.
            귀중한 관광 자원을 남겨둡시다. 음악당은 10년후에도 멋지게 지을 수 있지 않습니까?
            한번 실수가 영원히 후회합니다.   삭제

            • 거북선 2009-12-22 09:48:47

              충무관광호텔을 꼭 없애야 하는 이유가 어디 있을까??? 궁금하다. 저녕 살릴 방법이 없을까? 이순신 . 충무김밥 . 통영멸치 또 충무관광호텔이 충무의 자랑거린데!!!!!   삭제

              • 바보.. 2009-12-22 09:47:47

                생각좀 하고 살지...
                통영에 분위기 잡고 앉아서 노래 들을 사람이 어디있어....
                저기 남방산인가? 그건뭐고?
                거긴 얄구진 공연..공연도 아니지...
                돈 4000원씩 주고 들어가니...
                음악당도 보여주기식인가..
                그냥있는것도 관리 못하면서...
                서민으로써 개인적인 생각은..
                적은예산으로 (작지만도 않은 돈이지만..) 손보고.. 고치고...
                리모델링 그것도 괜찮지 않은가!!!?
                통영인들은 할인도 좀 해주고 그래라!!!!   삭제

                • 과연 2009-12-21 21:15:10

                  철거를 꼭 해야된다면 수익성이나 여러가지 통영시에 돌아오는 이익을 고려해봐야 되는데 관광상품은 무지막지하게 늘려놓고 한때의 최고급 숙박업소를 철거해서 없애는 게 옳은 것인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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