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기획·특집 기획
변화하는 교육, 학교 깊게 보기거제 인문고교의 명문 ‘거제고등학교’를 가다.
  • 남경필·이예린 기자
  • 승인 2013.10.04 17:27
  • 댓글 0

교육계가 또다시 술렁이고 있다. 지난 9월 23일 발표된 ‘2015학년도 및 2016학년도 대입제도 및 2015학년도 대입전형 기본사항’ 때문이다.
매번 정권교체 때마다 널뛰는 교육정책에 학교와 교사, 학생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따라가고 있다.
이에 한남일보는 곧 다가오는 진학과 취업 시즌에 맞춰 일선 현장에서 느끼는 교육 현실과 지역 학교별 특징을 살펴보고, 독자들에게 더욱 깊이 있는 교육정보를 전달하고자 ‘학교 깊게 보기’ 코너를 기획 연재한다. -편집자 주-

 

“시험이 끝나도 남아서 공부하겠다는 학생들 말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거제고등학교 입학관리부 이복규 부장선생님의 하소연이다.
52년 개교해 벌써 61회 졸업생을 배출한 학교인 만큼, 전통과 명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묻어나는 말이기도 하다.

특목고, 자사고가 생기면서 지역의 우수한 재원들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현 교육 현실에서 지역 명문 고교로써의 위치를 지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일 것이다.
 

   
▲ 거제고등학교 윤정업 교장
거제고 윤정업 교장은 “몇 년 전만 해도 거제고에 입학하려면 상위 20% 안에 들어야 했다. 하지만 특목고, 자사고 등의 영향으로 커트라인이 낮아지긴 했지만, 선배들의 전통과 학습 분위기가 제대로 형성되어있어 성적이 조금 떨어지는 학생들도 자연스럽게 분위기에 맞춰 성적이 향상되기 때문에 나름 명문고의 입지를 지켜나가고 있는 것 같다.”며 운을 뗐다.

관내에는 수많은 동문이 활발한 경제활동을 하고 있고, 이름만 들으면 다 알만한 선배들이 사회 곳곳에 있기 때문에 더욱더 그런 것 같다고 말하는 윤 교장.

김한주, 옥치돈 변호사, 삼성FC 서정원 감독, 국가대표 김용대 골키퍼, 그리고 요즘 핫이슈가 된 신보라 역시 거제고등학교 출신인 것은 이미 다 아는 사실. 확실히 전통 있는 학교답게 다양한 곳에서 선배들이 활동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선배들의 학교 지원은 어떨까?

   
▲ 거제고등학교 정영훈 교감
“일단 동문 장학금의 수가 많다. 25회 졸업생인 (주)그린엔텍 임옥식 대표의 장학재단이 그 대표적인 예다. 매년 1,000만 원씩 10명의 불우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고 거기에 대우조선 동문회, 거제시청 동문회, 병원 동문회 등 선배들의 뒷받침이 크다. 아마 1년에 80~90명 정도가 장학금 혜택을 본다고 보면 된다.”고 말한 윤 교장은 기관 장학금은 성적순이지만 동문 장학금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주로 지급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또한, 선배들의 물질적인 지원 외에도 요지에서 활동하며 정신적인 멘토 역할도 하기 때문에 취업이나 진로상담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런 지원과 맞물려, 학교 자체의 자기 주도학습이 잘 구축되어 있다는 거제고는 1인 1자습시스템으로도 유명하다. 모든 학생이 자기만의 개인 독서실이 있는 것이다.

도교육청에서는 교과교실제를 2014년까지 계속 종용하고 있으나, 유효교실이 없는 일선의 대부분 학교에서는 적용하기가 쉽지 않은데, 거제고는 1인 1자습실을 늘려 학습집중력을 올리는 방법으로 극복해냈다. 

   
▲ 이근중 3학년 부장
이근중 3학년 부장선생님은 “학원이나 인터넷강의들은 거의 듣기 위주다. 이런 공부는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과정이 거의 없기 때문에 큰 효과를 내기 힘들다. 그런 시간을 1인 1자습 보충심화학습이 보완할 수 있다”고 했다.

여기에 학우들끼리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며 학습능률을 올리는 동료 장학도 오래전에 정착되어 있어서 열심히 하는 학생들의 모습들을 서로 따라가기 때문에 그 효과는 배가 된다고도 했다.

또 이복규 입학관리부 부장은 “오히려 교사가 가르쳤을 때 반응하는 것보다 같은 학우들과 어울리며 경쟁할 때 더 크게 결과가 좋다“며 동료장학시스템에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리고 1학년에는 도교육청에서 인가받은 ‘인문 영재, 자연 영재반‘ 운영과 2학년의 교과, 능력별 심화수업을 통해 3학년이 되기 전에 학생들 전반의 학업수준이 일정단계 이상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보충심화학습이 더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는 것이라고 했다.

인문고의 제일 우선은 학력향상이라는 전제를 두고 봤을 때, 거제고는 확실히 거기에 충실하고 있다.

상위권 대학 진학률이 학교 수준 척도로 평가되는 사회 분위기상으로도 거제고는 나쁘지 않은 성적을 보이고 있다. 시도별 수능 상위 고교 중 경남권 10위 안에 꾸준히 들고 있고, 2013 수도권 대학 진학 학생 수가 131명 정도로 높은 자릿수를 유지한다.

거창에 위치한 A 자사고가 경남도 상위권 학생을 독점하듯 흡수하고 있지만, 입시 진학 결과를 비교했을때 거의 비슷한 것을 보면 확실히 거제고의 학습시스템은 효과를 검증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를 유지하기가 쉽지만은 않다는 이복규 부장.

   
▲ 이복규 입학관리부 부장
“정권마다 변하는 대입평가 방식에 대처하는 것도 힘이 든다. 무엇보다 당사자인 학생들이 더 힘들어할 수밖에 없다. 2017년까지 우선은 유보된 절대평가 방식도 벌써 몇 번을 바꾼 것인지 모른다. 노무현 정부 때 적용됐던 내신 절대평가가 또 다음 정부에선 상대평가로 바뀌었고 이번에 다시 절대평가로 바뀌려다가 유보된 거다. 아직은 관망해야 하겠지만, 논술 축소유도 정책도 사실 대학들의 내신평가 불신을 따진다면 적용하기 힘든 것이다”고 말하며 “더불어 상위 5% 학생들이 특목고와 자사고 등 외부로 다 빠져나가는 것도 가슴 아프다. 매번 입학설명회마다 학부모께 당부드리지만 특목고와 자사고 선호도가 높다 보니 막을 방법이 없다.” 우수재원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음을 토로했다.

이런 분위기에서도 거제고 학생들의 자기 주도학습 분위기가 고맙다는 이 부장은 “높은 수준의 학생들이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맞게 교사의 질이 높아야 아이들이 버티고 따라오게 되어있다. 매일 밤 남아서 학생들 지도하고, 주말에도 나와서 공부하는 학생들 격려하고 같이 공부하며 우리 선생님들도 치열하게 산다. 학생들만 입시지옥을 겪는 게 아니고 선생님들도 같이 느끼며 감내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동병상련의 기분을 가지게 된다.”며 단순히 사제간의 관계를 넘어 전우의 느낌까지 받는다고 했다.

   
▲ 취재에 협조해준 권동환(왼쪽, 3학년), 전희수(오른쪽 3학년) 학생
취재에 참여한 권동환(3학년) 학생도 “친구들 서로가 잘 도와주고 아낀다. 교우관계도 좋지만, 무엇보다 선생님과 학생 간의 관계가 좋다고 생각한다. 졸업을 하고 멀리 대학을 가도 학교로 가끔 찾아와 인사도 드리고 쉬운 관계가 아닌 끈끈한 관계로 오래 유지되는 것 같다”며 선생님의 의견에 동참했다.

학업분위기는 충분히 좋다는 거제고에 일선 학교가 고민하는 왕따, 학교폭력, 탈선 등에 학생지도에 대해 묻자 의외의 대답이 들려왔다.

학생지도는 없다는 것이다. 등교 시 복장 등을 계도하는 것을 빼곤 다른 지도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이 부장은 학생들을 지도하며 거의 20년 가까이 학생들의 음주, 오토바이 사고 등의 탈선으로 경찰서나 파출소를 가본 적이 없다고 했다.

앞서 설명했던 동료 장학 시스템이 낳은 학력향상 외의 또 다른 장점이라고 한다. 서로 격려하며 지내다 보니 왕따, 학교폭력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됐다는 것.

물론 선생님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기에 학생들에게 직접 질문해봤지만, 대답은 비슷했다.

3학년 전희수 학생은 “왕따나 폭력 같은 건 거의 없는 것 같다.”며 “우리 학교는 축제나 체육대회가 유명하다. 그만큼 놀 땐 놀고 공부할 때는 확실히 공부하는 분위기이다”라고 말해 학생들이 느끼는 학교생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수한 장학금제도와 서로 격려하며 아끼는 학습 분위기와 학생들, 거기에 좋은 시설까지 합쳐져 지역 명문을 넘어 전국 명문 고교로 도약하고 싶다는 윤정업 교장의 말처럼 그 목표가 불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취재 뒤에도 떠나지 않았던 거제고등학교.

변화무쌍한 입시제도에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발전하는 학교가 되길 바라본다.

   
▲ 차기 학생회장선거 홍보문이 눈길을 끌었다.

남경필·이예린 기자  meno761@naver.com

<저작권자 © 한남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남경필·이예린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